“혁명현장 체험”… 리비아 반군에 한국계 美대학생 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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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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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大 크리스 전 씨 2주전 합류… “개학전 귀국”

반카다피군에 합류한 미국 대학생 크리스 전씨(가운데)가 1일 수르트 인근 알나파리야에서 AK-47 소총을 든 채 동료들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반카다피군에 합류한 미국 대학생 크리스 전씨(가운데)가 1일 수르트 인근 알나파리야에서 AK-47 소총을 든 채 동료들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한국계로 추정되는 미국 대학생이 리비아 반(反)카다피군에 가담해 전투현장을 따라다니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영자지 ‘더 내셔널’은 8월 31일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크리스 전 씨(21)가 반군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적을 가진 전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친구가 많고 한국어를 할 줄 안다고 써놓은 점으로 미뤄 한국계가 확실해 보인다.

내셔널에 따르면 전 씨는 2주 전쯤 혼자 미국에서 리비아까지 찾아왔다고 한다. 800달러로 비행기 편도 티켓을 끊어 이집트 카이로에 와서 기차를 타고 알렉산드리아로 갔다. 버스를 몇 번 갈아타며 리비아 벵가지 근처에 도착한 뒤 트리폴리로 향하다 반카다피군의 트럭을 얻어 탔고 반군에 합류했다.

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1일 수르트 인근 사막의 알나파리야에서 만난 전 씨는 ‘로스앤젤레스 44’라고 적힌 농구복 상의에 운동화를 신은 채였다. 탄창을 짊어지고 반군의 상징인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지 않았다면 영락없는 미국 동네 청년이었다. 전 씨는 “리비아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말 드문 진정한 혁명”이라며 “방학을 이용해 내가 직접 현장을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은 여기 온 걸 모른다”며 “AK-47 소총을 받긴 했지만 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실제 (전투) 상황이 벌어진다면 반군들을 돕겠다”고 덧붙였다. 수르트는 무아마르 카다피의 고향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카다피 추종세력과 반군 간에 최후의 일전이 예고되고 있는 위험지역이다.

손짓 발짓과 이탈리아어 몇 마디로 의사소통을 하는 전 씨는 반군들과는 잘 지내는 듯 보였다. 반군들은 “그는 우릴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라고 말했다. ‘아흐메드 마그라비 사이디 바르가’란 아랍 이름도 선사했다. 전 씨는 “반군들이 숙식을 모두 제공해 이때까지 1달러도 안 썼다”며 “아쉽지만 개학 전에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씨의 ‘무한도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USA투데이는 “그는 누구보다 근사한 방학을 보내고 있다”며 “어디를 가든 그건 자신의 선택”이라고 평했다. 전 씨의 친구들 역시 로스앤젤레스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도 그는 홀로 아마존을 탐험한 적이 있다”며 “모험으로 인생을 즐기는 친구”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insane(미친)’ ‘stupid(어리석은)’ 등의 표현을 써가며 전 씨의 행동을 나무랐다. 인터넷매체 ‘와이어드닷컴’은 “자유를 쟁취하려 피 흘리는 숭고한 땅에 치기어린 학생이 소풍가듯 가선 안 된다”며 꾸짖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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