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의 종말]잡혔다던 차남 도심에 등장 “카다피 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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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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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은 함정 빠졌다” 주장, 장남도 탈출… 반군측 당혹

서울 리비아대표부 ‘반군 깃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사실상 붕괴한 가운데 2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 대표부에 카다피 체제를 상징하는 녹색기 대신 리비아 반군 세력이 이끄는 과도국가위원회의 삼색기가 게양돼 나부끼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리비아대표부 ‘반군 깃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사실상 붕괴한 가운데 2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 대표부에 카다피 체제를 상징하는 녹색기 대신 리비아 반군 세력이 이끄는 과도국가위원회의 삼색기가 게양돼 나부끼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의 등장은 급작스러웠고 초현실적이기까지 했다.”

22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시내에 모습을 드러낸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차남 사이프 이슬람에 대해 시사주간 타임은 이렇게 보도했다. 전날 과도국가위원회(NTC) 무스타파 압둘 잘릴 위원장과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발표대로라면 그는 그 시간 반카다피군에 구금돼 있어야 했다.

그러나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이슬람은 이런 발표를 비웃듯 이날 밤 녹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외신기자 30여 명이 머물고 있는 중심가 릭소스호텔에 도착했다. 무장한 자동차의 호위를 받으며 흰색 리무진을 타고 나타난 그는 “반군은 함정에 빠졌다. 반군의 거짓말을 반박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ICC의 체포 발표에 대해 그는 “ICC는 지옥에나 가라”며 “우리는 반군을 깨부술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 카다피는 안전하냐는 질문에는 “물론”이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이에 앞서 이슬람은 호텔에 머물고 있는 외신기자들을 데리고 트리폴리 내에서 아직 반카다피군이 점령하지 않은 지역을 돌았다. 릭소스호텔을 출발해 카다피 원수의 관저가 있는 군사요새 밥알아지지아, 카다피의 거점인 부슬림 지역 등을 돌았다. 거리 곳곳에는 무장한 카다피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밥알아지지아에 도착했을 때 이슬람은 총기 배급을 받으러 줄선 100여 명의 카다피 지지자와 일일이 악수하며 손가락으로 승리를 뜻하는 ‘V’자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외신들은 기세등등했던 반군이 이슬람의 급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했다고 전했다. 반군 지도부 대변인인 사데크 알카비르는 “이것은 모두 거짓말일 것이다”라고 했을 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NTC 관계자인 와히드 부르샨은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이 체포된 걸 확인했지만 어떻게 탈출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알자지라는 “이슬람의 재등장으로 반군이 트리폴리를 얼마나 장악했는지 여러 질문이 나오고 있다”며 반카디피군 주장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슬람과 인터뷰한 BBC 기자는 “카다피군은 전보다 전력을 더 강화했다. 일부 반군은 카다피군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슬람의 등장이 가져온 혼란 때문에 어떤 것도 단정할 수 없게 됐다. 분명한 것은 이 도시가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는 것뿐”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반카다피군에 투항했다던 장남 무함마드도 22일 탈출한 것으로 반군 측 인사를 통해 밝혀져 반카다피군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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