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보-보수 ‘버핏發 슈퍼부자 증세’ 힘겨루기 본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9일 03시 00분


버핏 “나같은 부자 세금 더 내야” vs WSJ “당신같은 부자 확 줄었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나 같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계기로 ‘부자 증세(增稅)’를 놓고 미국 내 진보와 보수 진영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대선이 내년으로 바싹 다가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주요 매체들도 날선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부에선 신용등급 하락의 배경이 된 ‘부채협상’보다 파괴력이 큰 사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자 사설에서 버핏을 공격했다. WSJ는 미 국세청 8월 자료를 인용해 “100만 달러(약 10억7000만 원) 이상 소득을 신고한 사람이 2007년에 비해 2009년 40%나 급감했다”면서 “버핏 같은 부자들이 미국에서 이미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식회사’를 만들고 키워온 기업가와 부유층이 크게 줄어드는 마당에 세금을 올리는 것은 경제를 곤궁에 빠지게 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수차례 사설을 통해 “오바마가 대선공약으로 내건 부유층 감세 철회를 관철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진보진영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 신문은 버핏 발언 직후 CBS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연간 근로소득이 25만 달러(약 2억6700만 원) 이상인 가구주에 대해 세금을 올리는 게 미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한 응답자가 63%나 된다’고 보도했다. 사설을 통해서도 부유층의 세금을 올리면 7000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해 2조4000억 달러가량의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부자 증세 논쟁은 부유층을 가르는 ‘연 소득기준 25만 달러’를 놓고 엉뚱하게 중산층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연 소득 25만 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해 최고 소득세율을 10년간 낮춰주는 감세법안을 통과시켰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재정적자를 가속화한 부유층 감세정책을 중단하겠다는 대선공약에 따라 감세법안 유예기간(2년)이 끝나는 내년에 이 법안을 철회할 계획이다. 법안이 철회되면 결국 연간 소득 25만 달러 이상인 국민은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워싱턴타임스는 17일자 사설에서 “오바마는 4년 동안 100만 달러(25만 달러×4)를 버는 사람이 백만장자라는 개념 규정을 했지만 그들이 전용 제트기를 모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오바마의 증세 정책이 오히려 중산층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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