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테러범 관련 EDL 개입 밝혀 阿-이슬람계 긴장버밍엄선 새벽 차량돌진사고 아시아계 남성 3명 숨져
“끔찍하다 영혼이 파괴되는 것 같았다.”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폭동 발생 5일째인 10일 오후(현지 시간) 영국 런던은 일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런던 시내 지하철역과 상가 지역에서는 전날보다 1만 명이 늘어난 1만6000명의 경찰이 불심검문을 강화하면서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차단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강경 대응 지시에 따라 런던 경찰은 휴가 중인 경찰관까지 모두 동원했다.
경찰력의 증강 배치로 폭동이 더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약탈과 방화가 일어났던 지역의 상가 상당수는 어둠이 깔리기도 전에 서둘러 문을 닫았다.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이날 오전부터 영업을 재개했지만 늦은 오후에는 문을 닫았다. 상가 지역 곳곳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쓰레기나 불에 탄 자동차와 건물의 잔해들이 거리에 널려 있었다. 상인들은 약탈에 대비해 상점 창문이나 출입문에 별도로 나무를 덧대기도 했다. 캐머런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정부의 반격이 시작됐다”며 “폭도들을 거리에서 몰아내는 데 필요하다면 물대포 같은 비상계획을 24시간 내 실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극우 성향 단체인 영국방위동맹(EDL)의 스티븐 레넌 대표는 회원 1000명이 루턴과 맨체스터 등에서 질서 유지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혀 아프리카와 이슬람계 이민자들에 대한 폭력이나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EDL은 최근 노르웨이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정신적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극우단체여서 경찰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에 앞서 9일에는 영국 제3의 도시 맨체스터 등 잉글랜드 중부와 서북부 도시에서도 폭동이 발생했다. 이날 밤 복면과 스키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청년 수백 명이 맨체스터 시가지에서 상점을 약탈하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 유럽 최대의 도심 쇼핑몰인 안데일 쇼핑센터도 약탈당했다. 경찰은 맨체스터와 솔퍼드 중심부 폭동 현장에서 경찰에게 돌을 던지며 저항하던 47명을 체포했다.
브로미치, 울버햄프턴, 노팅엄 등 영국 중부 도시에서도 청년들의 방화와 폭력이 잇따랐다. 노팅엄에선 경찰서가 폭도 30∼40명으로부터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이틀째 폭동이 이어진 버밍엄에선 10일 새벽 폭동으로부터 지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길에 모여 있던 아시아계 남성들을 30대 남성이 운전하는 차량이 덮쳐 3명이 숨졌다. 경찰은 사고를 내고 달아났던 남성(32)을 체포해 고의로 돌진했는지 조사하고 있는데 이 남성이 폭동과 연관이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폭동의 도화선이 된 런던 북부 토트넘 지역의 마크 더건 씨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는 “현장에서 발견된 총에서는 발사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더건 씨가 경찰관에게 먼저 총을 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주영국 한국대사관은 한국인 여행객 2명이 8일 밤 런던 하이드파크 인근 퀸스웨이 지하철역 부근에서 괴한들에게 휴대전화 등을 강탈당한 것과 관련해 “이번 사건은 폭동이 일어난 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했다”며 여행객, 주재원, 교민에게 당분간 야간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런던=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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