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위해 한표” 그녀가 死地서 돌아왔다, 기립박수가 터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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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머리피격 기퍼즈 의원… 美부채합의안 가결 일조

1일 오후 7시(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의사당 하원 본회의장. 전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 공화 양당 의회지도부가 합의한 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합의안에 대한 표결이 막 시작됐다. 회의장에는 비장함까지 감돌았다. 찬성표가 20표가량 더 모여야 법안이 통과될 상황, 갑자기 본회의장 뒤편 입구에서 박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나타난 게 아니냐”는 수군거림까지 들렸다.

잠시 후 짧게 깎은 머리에 안경을 쓴 여인이 걸어 들어왔다. 다리가 약간 불편한 듯했지만 침착한 걸음걸이였다. 다름 아닌 개브리엘 기퍼즈 의원(민주·애리조나)이었다. 1월 8일 지역구인 애리조나 주 투손에서 ‘타운홀 미팅’ 행사 중 괴한이 쏜 총알이 관자놀이를 관통해 중태에 빠진 뒤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의회를 찾은 것이다. 13명이 부상하고 6명이 사망한 끔찍한 사고에서 기퍼즈 의원은 응급 뇌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함께 들어선 그녀는 다소 창백하고 야윈 모습이었다. 민주당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공화당 의원도 모두 일어서 한참 동안 기립박수를 쳤다. 2층의 방청객과 취재기자들도 일어서 박수를 보냈다. 눈물을 훔치는 의원도 적잖았다.

기퍼즈 의원은 투표를 끝내고 자리로 걸어가면서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하면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라고 화답했다. 곧이어 회의장 뒤편 전광판 기퍼즈 의원 이름에 녹색의 ‘Y’ 불빛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찬성표를 던졌다는 뜻이다. 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기퍼즈 의원이 중태에 빠진 뒤 하원에선 모두 678번의 표결이 있었고, 그때마다 그녀의 이름 옆은 빈 공간이었다. 이날 증액 합의안은 찬성 269표 반대 161표로 통과됐다.

기퍼즈 의원은 의회에 출석한 후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동안 서로 대치하는 모습을 보고 아주 실망했어요. 하지만 위기를 잠재울 해법을 찾게 돼 기뻤습니다. 행여 내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경제가 망가지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될 것 같아 왔어요. 초당적인 협력이 당내 정치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오늘 의회가 정말 아름다워 보여요.”

이날 그의 워싱턴행에는 인데버호를 타고 마지막 우주비행에 나섰던 남편 마크 켈리 씨가 동행했다. 기퍼즈 의원의 신체 오른쪽 부분은 여전히 약한 상태라 아직까지 글을 쓸 때도 왼손으로만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6월에 퇴원한 뒤 휴스턴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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