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그림자 드리운 ‘아프리카의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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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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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부 4개국 60년만의 최악가뭄… 매일 이재민 수천명
어린이 50만 아사위기… 3개월간 3190만달러 지원필요

#장면 1.

아프리카 소말리아 국경과 인접한 케냐 동북쪽의 다다브.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난민촌이 있다. 1991년 시작된 소말리아 내전을 피해 몰려든 난민들을 위한 것이다. 매일 아침 이곳에는 뼈만 앙상한 어린이들과 눈이 움푹 파인 아기를 가슴에 안은 여인들이 길고 긴 행렬을 이룬다. 물과 음식, 약품 등 생활필수품 배분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배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1991년 유엔난민기구(UNHCR)가 설치한 이 난민촌의 수용인원은 9만 명. 하지만 현재 수용 가능 인원의 3배가 넘는 33만2000명의 소말리아 난민이 머물고 있다. 월평균 500명의 소말리아인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는데 80%는 여성과 어린이다.

#장면 2.

에티오피아 북쪽 라야아제보에 살고 있는 틸랄렘 키로스 양(13·여)은 의사가 되는 게 꿈이다. 그러나 당장 먹을 물이 없어 매일 사투를 벌인다. 키로스 양은 일주일에 세 차례 엄마와 함께 1시간 이상을 걸어가 산 밑으로 흘러 내려오는 물을 받아 온다.

이런 참상은 이곳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식량 부족에 가뭄까지 겹쳐 죽음과 싸우는 이런 최악의 상황은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로 불리는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지부티, 그리고 케냐 일부 지역 등에서 일상처럼 펼쳐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더욱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10일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이 4개국에서 1950년대 초반 이후 60년 만에 몰아닥친 최악의 가뭄과 식품 가격 폭등으로 매일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으며 어린이 50만 명이 당장 굶어 죽을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의 강우량 부족으로 작물 수확이 급감하고 가축의 30%가 굶어 죽었다.

마리시 메르카도 유니세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아프리카 동북부에서 어린이 200만 명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으며 이 가운데 50만 명은 당장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2009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일부 난민촌에서 어린이 영양실조 비율은 ‘비상’ 수준의 3배나 되는 45%에 이르고 있다.

소말리아 남부에서는 3명 중 한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다. 메르카도 대변인은 “에티오피아의 한 난민촌에서는 하루에 어린이 1만 명 가운데 4명 이상이 굶어 죽고 있으며, 케냐의 투르카나 지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전했다. 영양실조 어린이 비율이 케냐 북부는 25%, 투르카나 지역은 40%에 이른다는 것.

유니세프는 위기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3개월 동안에만 3190만 달러의 원조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8월 한 달 소말리아에만 1000만 달러가 필요하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리카의 뿔’ 국가에서만 1000만 명 이상이 가뭄의 피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말리아에선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85만 명이 인도적 차원의 원조를 받아야 할 위기에 있다. 특히 가뭄이 계속되면서 6월 기준으로 옥수수 90kg짜리 한 자루의 가격이 44달러로 1년 만에 160%나 폭등해 식량 사정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케냐와 인접한 소말리아의 서쪽을 장악한 채 국제구호기관의 인도적 지원을 금지해온 알샤바브 군벌이 최근 구호기관의 지원을 막는 조치를 중단했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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