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스칸 거짓말에 당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일 03시 00분


NYT “피해여성 신뢰 의문”… 지인과 ‘고소로 얻을 이득’ 논의…마약-돈세탁 연루 혐의까지

스트로스칸 가택연금서 풀려나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은 1일 성폭행 혐의를 받았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의 가택 연금 해제를 전격 결정했다. 이날 오전 법원에 출두한 스트로스칸 전 총재에 대해 법원은 “아직 사건이 종결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보석금을 반환하고 가택 연금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법원 심리 직후 스트로스칸 전 총재와 부인 안 생클레르 여사는 함께 손을 붙잡고 만족한 듯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그는 가택 연금이 풀려 미국 내에선 자유롭게 여행이 가능하나 여권을 돌려받지 못해 해외로 나갈 순 없다. 이에 스트로스칸 측 변호사는 “무죄가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으며, 피해 여성 측 변호사는 “강제로 성폭행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앞서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호텔 여종업원의 행동과 진술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발견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월 30일 보도하면서 지구촌이 발칵 뒤집혔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성폭행 미수 혐의를 벗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 사건이 한 여성의 거짓말에서 비롯된 ‘사기극’으로 끝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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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에 따르면 미국 검찰은 현재 피해 여성의 진술 대부분을 믿지 않고 있으며 이 여성이 사건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AP통신은 수사관들은 사건 전후 수시간의 행동에 대한 여성의 진술 중 거짓말이 있다고 믿게 됐다고 보도했다.

사법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성은 사건 발생 후 당일에 한 남성과의 전화 통화에서 스트로스칸에 대한 성폭행 혐의 고소를 계속 유지하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 논의했다. 이 남성은 마리화나 400파운드(약 180kg)를 소지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검찰은 통화 내용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성이 이번 사건을 이 남성과 사전에 모의했는지, 사건이 발생한 후 단순히 상의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NYT는 법의학 테스트 결과 이 여성과 스트로스칸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은 입증됐다고 전했다.

한편 여성과 통화를 한 남성은 다른 여러 명과 함께 지난 2년간 여성의 은행계좌에 수차례에 걸쳐 총 10만 달러의 현금을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여성이 마약거래나 돈세탁 등 범죄 행위와 연루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은 이 돈거래에 대해 자신의 남자친구와 그의 친구들이 입금을 한 것일 뿐 돈의 출처 등은 모른다고 해명했다.

이 여성이 자신의 배경에 대해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도 거짓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NYT는 전했다. 2002년 기니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여성은 자신이 강간을 당해 망명을 신청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지만 망명 신청서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일 법원 심리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하며 “이번 사건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힐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스트로스칸 전 총재에게 경범죄(misdemeanor) 유죄를 인정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스트로스칸 전 총재 변호인 측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발칵 뒤집혔다. 1일 대다수 방송 매체와 일간지 인터넷 판은 “스트로스칸이 혐의를 벗을 수 있다”는 제목으로 NYT의 보도를 자세히 전했다. 사회당 출신 전 문화부 장관 자크 랑 씨도 “한 사람의 명예와 존엄을 갖고 장난을 칠 수는 없다. 그의 인생은 일시적으로 망가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사법제도가 국제사회에서 프랑스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반미 감정까지 불거지고 있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측근인 장마리 르구엥 의원은 “악몽은 끝났다. 미국의 사법시스템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TV, 라디오와 인터뷰를 한 시민들은 “호텔 여직원의 말이 거짓이라면 미국 검찰이 프랑스 전체를 모독한 것” “미국 정부와 뉴욕 검찰의 공식적인 사과와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할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9개월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의 대선레이스까지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내년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누르고 17년 우파정권을 교체할 사회당의 대표주자였다. 사회당 경선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은 7월 13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무죄가 입증되면 무소속으로라도 반드시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지지자들의 주장이 있던 터에 그가 혐의를 벗고 귀국할 경우 반미 감정까지 더해져 지지도가 높아지면 “대선은 하나마나”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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