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이용하는 전산망이나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공격하는 얼굴 없는 해커들. 익명의 장막 뒤에 숨어 암약하는 그들 사이에 경쟁심리가 발동하면서 서로를 발가벗기는 이전투구가 일고 있다. 해커가 해커를 사이버 공격하는 상황이 일어난 것.
직업 해커로 구성된 ‘팀포이즌’의 일원이라고 밝힌 헥스(가명·23)는 23일 성명을 통해 “룰즈섹은 한 무리의 아마추어 해커에 불과하며 절대로 해커세상의 대표집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겠다”면서 “룰즈섹은 이제 침몰 직전의 타이타닉호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소니, 닌텐도 등의 기업과 미국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을 잇달아 공격해 해커그룹의 대명사처럼 떠오른 룰즈섹에 공개적으로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팀포이즌은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을 해킹한 친팔레스타인 해커그룹 ‘팔레스타인 무자헤딘’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포이즌은 21일 네덜란드에 사는 스웨덴 웹디자이너 스벤 슬로트베그 씨를 룰즈섹의 일원으로 지목하면서 그의 웹사이트를 해킹했다. 이에 앞서 또 다른 해커집단인 ‘웹닌자’도 “룰즈섹은 공공에 해악을 끼치는 범죄행위를 일삼는 집단이지 진정한 해커가 아니다”라면서 “관련자는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룰즈섹에 대한 해킹을 공언했다.
룰즈섹은 세계 각지의 해커들이 온라인 채팅을 통해 협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며, 정보공개를 통해 부당한 권력에 저항한다고 주장하는 위키리크스를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룰즈섹은 23일 트위터에서 “외국인들을 탄압하는 이민법에 반대의 뜻을 천명하고자 애리조나 주 경찰의 웹사이트를 해킹해 미국-멕시코 국경경비 활동내용을 담은 경찰문서를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2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핵티비스트(해커와 액티비스트의 합성어) 공격자들의 내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해커집단 가입자와 운영 방식을 해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의 연령대는 주로 1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의사결정 구조나 리더십이 없는 모호한 조직”이라며 “회원 가입이나 활동을 구속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또 해커들의 만남은 주로 온라인 채팅 사이트에서 이뤄지며 15명 안팎의 지도자 그룹이 채팅방을 운영하며 탈퇴나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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