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예측 실패도 罪?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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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과학자 7명 ‘과실치사’ 혐의 피소…
검찰 “대지진 전조에도 경고 안해”

2009년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에서 발생한 지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탈리아 과학자 7명이 25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지진으로 308명이 숨지고 6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진 예측 실패로 전문가들이 기소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재판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소된 학자 중에는 최고의 지진학자 가운데 한 명인 엔초 보스키 국립지진화산연구소 소장이 포함됐다.

이탈리아의 주세페 로마노 가가렐라 판사는 “2009년 4월 6일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이 라퀼라를 강타하기 이전 6개월 동안 여러 차례 소규모 지진이 발생해 경고를 내렸어야 했는데도 주민들에게 부정확하고 불완전하며 상충되는 정보들을 제공했다”며 9월 20일 라퀼라 법원에서 첫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작은 지진이 200여 차례나 발생해 대지진의 전조라는 예측이 많았는데도 지진화산연구소 과학자들은 지진 발생 6일 전 라퀼라에서 재해대책위원회를 연 뒤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낮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발표해 지진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전문가들이 당시 회의에서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강진의 가능성을 미리 경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메모를 작성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지진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데 강진에 따른 대피령을 미리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과학자 7명이 ‘아무 위험도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한 게 아니라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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