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대국-군사강국 뒤의 또 다른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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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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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국… 미국과의 인권대화 끝나자마자 약자 입장 감싼 변호사 체포 의혹

최근 미국과 중국 간 제4차 인권대화 종료 직후 중국에서 저명한 인권변호사가 또 행방불명돼 우려를 낳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08년 멜라민 우유 파동 때 피해자 입장을 적극 변호한 베이징(北京)의 인권변호사 리팡핑(李方平) 씨가 지난달 29일 중국 당국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2일 보도했다. 지난달 27, 28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간 인권대화 종료 다음 날이다. 이번 인권대화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미국 등에서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리 변호사의 부인은 “남편이 당일 오후 5시경 전화로 ‘밖에 국가안전부 사람들이 기다려 저녁식사를 집에서 못할 것 같다’고 얘기한 뒤 전화기가 꺼졌다”고 말했다.

리 변호사는 이날 B형 간염환자에게 상담을 해준 뒤 사무실을 나서던 참이었다. 리 변호사는 중동에서 재스민 혁명이 한창이던 3월 초 양회(兩會) 기간 중 경찰에 감시당했다고 한다.

미국 뉴욕에 있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리 변호사는 베이징 당국이 재스민 혁명 이후 집중단속 중인 반체제 인사 가운데 가장 최근 사라진 인물”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에 있는 류정칭(劉正淸) 변호사는 사라진 지 한 달 만인 지난달 30일 귀가했다고 SCMP는 자유 아시아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텅뱌오(등彪) 변호사도 구금된 지 10주 만인 지난달 29일 풀려났다. 휴먼라이트워치 관계자는 “텅 변호사가 고문을 받았을까 매우 우려된다”면서 “텅 변호사처럼 사라진 뒤 풀려난 반체제 인사들은 말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 들어 저명한 설치예술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 씨 등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강도 높게 실시하고 있다.
○ 짝퉁왕국, 영국 왕실 결혼식까지 그대로 모방
왕자 복장… 근위병… 꽃마차 행진…

‘짝퉁’이 판치는 중국에서 지난달 29일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결혼식이 열리기도 전 이미 이들의 결혼식을 모방해 비슷한 형식의 결혼식이 진행됐다고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1일 전했다.

이 통신이 ‘없는 곳이 없는 산자이(山寨·짝퉁이란 뜻)’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사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장쑤(江蘇) 성 난징(南京)에서 한 커플이 영국 왕실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영국 ‘왕자’ 복장을 한 신랑이 왕실 근위병 복장을 한 가짜 병사들의 호위 아래 꽃마차를 타고 도로 퍼레이드를 하며 결혼식장에 입장했다. 하지만 진짜 왕실 결혼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고 어수선했다. 폭죽 소리에 말이 놀라 소동을 부리는 등 모방결혼식은 순조롭지 않았다고 한다. 결혼식 비용은 5만여 위안(약 850만 원)이 들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흡연천국
‘공공장소 실내금연’ 시행 했지만 흡연자 처벌 규정은 빠져 연기 자욱


중국이 1일부터 ‘공공장소 금연’에 들어갔다. 하지만 규정 미비와 흡연자들의 참여의식 부족 등으로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흡연자는 1월 말 현재 3억5600만 명으로 추산돼 세계 최대 흡연국으로 꼽힌다.

중국 위생부가 발표한 ‘공공장소 위생관리 조례 실시세칙’에 따르면 1일부터 ‘실내 공공장소’에서는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5년 전 비준했지만 금연을 시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연해야 하는 실내장소로는 식당 호텔 여관 술집 찻집 PC방 영화관 미용실 목욕탕 체육관 수영장 서점 미술관 박물관 터미널 등등이다. 공공장소 운영자는 금연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이고 담배 피우는 손님을 제지토록 했다.

식당과 호텔 등에는 담배 자판기도 설치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규정 위반 시 관리자에게만 1000∼5000위안(약 17만∼85만 원)의 벌금이나 영업정지 등 처벌을 하고 흡연자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이 없다. 술집에 별도의 흡연 구역도 두지 못하게 하거나 일반 사무실을 금연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비현실적이고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연 시행 첫날인 1일 기차와 시외버스 터미널의 대합실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거나 식당에서 손님이 담배를 피워도 이를 제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도 1일부터 시행된 음주운전 처벌 강화(음주운전 후 심각한 인명사고를 낸 경우에는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운전도 영구 금지 등)는 자세히 보도하면서도 공공장소 금연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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