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수용소 관련 비밀문서 700여 건 폭로 “관타나모에 무고한 150여명 수감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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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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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자 780명중 220명만 테러범… 나머진 불법 감금
‘알카에다, 빈라덴 체포땐 서방 핵공격 위협’도 드러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의 베일이 일부 벗겨졌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와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25일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등을 인용해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관련 정부 비밀문서 700여 건을 공개했다.

○ 무리한 수감+속아넘어간 석방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에 체포된 무함마드 알람 샤 씨(당시 24세). 관타나모 수용소로 이송돼 받은 조사에서 그는 탈레반으로부터 동생을 구출하려다 현장에서 무고하게 붙잡혔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을 믿은 조사관은 2003년 “샤는 수사에 협조적이고 미국에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샤 씨는 2004년 아프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샤 씨는 아프간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파키스탄 태생의 전투원 압둘라 메수드”라고 선언한 뒤 본격적인 테러활동에 나섰다. 그는 2007년 파키스탄군과의 전투 중 자살폭탄으로 전사했다.

뉴욕타임스는 “고스란히 드러난 관타나모와 관련된 9년간의 기록은 수용자에 대한 판단이 얼마나 오류투성이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수감자에 대한 평가문서에는 ‘아마도’ 란 단어가 387번, ‘알려지지 않은’이 188번, ‘믿기 어려운’이 85번이나 나온다”고 보도했다.

관타나모에 수감됐던 780명 중 220명만 위험한 국제 테러리스트로 분류했던 것도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 나머지 380명은 단순히 계급이 낮은 군인이거나 탈레반 또는 아프간을 여행한 극단주의자로 의심됐다. 150여 명은 농부나 요리사, 운전사 등을 포함해 무고한 아프간인이거나 파키스탄 인으로 드러났다. 14세 소년을 비롯해 약 20명의 청소년도 수용돼 있었으며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89세 노인을 포함해 연금 수급자들도 감금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초대형 테러계획 다수 적발

9·11테러 주모자인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에 대한 신문파일은 그가 아시아 아프리카 미국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알카에다의 테러공격을 기획했음을 보여줬다. 문서에 따르면 한 고위 알카에다 사령관은 “오사마 빈라덴이 잡히거나 암살당하면 폭발시키려고 유럽에 핵폭탄을 숨겨 놨다”고 주장했다. 미 군사당국은 테러리스트들이 이미 핵연료인 농축우라늄을 구입했을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테러리스트들이 주유소와 가스, 전기 등 사회기반 시설을 목표로 한 몇몇 계획과 함께 미국 전역의 공공건물에 설치된 에어컨에 청산가리를 주입하려고 계획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이들은 대형 단지 내에 있는 아파트들을 임차해 가스 폭발을 일으키려는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알카에다의 핵심 인물들은 9·11테러 당시까지 파키스탄의 카라치에 머물렀으며 테러 직후에는 아프간의 산악지대에서 은신하면서 ‘장기전’을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빈라덴은 아프간 수도 카불 주변의 비밀안가에 은신하면서 “알라의 이름으로 이교도(미군)의 침입에 맞서라”며 결사항전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리크스의 추가 폭로에 대해 제프 모렐 국방부 대변인은 “관타나모 수용소가 관련된 사실의 아주 일부를 피상적으로 보여준 내용으로 전체의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며 “무분별한 폭로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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