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베이커 前 美국무, 군사개입 ‘실용적 이상주의’ 주장

  • 동아일보

“美, 더는 세계경찰 역할 못해… 큰 국익 걸렸을 때만 軍 동원을”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공화당 출신 최고의 미국 국무장관을 꼽으라면 헨리 키신저와 제임스 베이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키신저와 베이커는 각각 베트남전과 1차 걸프전을 치렀다. 이 두 사람이 리비아전쟁에 미국의 군사력을 동원한 것과 관련해 ‘실용적 이상주의(pragmatic idealism)’를 논했다. 10일자 워싱턴포스트에 공동 기고한 ‘미국 개입의 근거’에서다.

두 거장이 던진 근본 질문은 “미국의 군사력은 이상적인 이유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사활적인 국가이익의 표현으로 동원돼야 하는 것인가”라는 것. 두 사람은 “미국이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지지해야 하지만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국익이 걸렸을 때에만 개입해야 한다”며 이를 ‘실용적 이상주의’로 정의했다.

미국이 더는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는 없다고 분명한 선도 그었다. 이상주의적 목표가 군사 개입의 유일한 동인일 수 없고,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인도주의적 도전에 모두 군대를 동원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고도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사활적 이익 없이 오로지 인도적인 차원에서 제한적 개입에 나선 리비아의 경우는 원칙에 대한 예외라고 했다.

군사 개입 시 고려할 6가지 가이드라인도 내놓았다. △명확한 목표 설정 △각국의 상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 △지지 세력에 대한 분명한 파악 △의회를 포함한 국내적 지지 확보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대비 등이다. 여섯 번째이지만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로 두 사람은 사활적 국익에 대한 확고하고도 차별된 이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무정형’으로 이뤄지는 전환과 도전에 가장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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