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의 공습에도 전세를 뒤집지 못하는 반카다피군에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이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반카다피군은 그동안 여러 차례 다국적군에 무기 지원을 요청해왔다.
○ 국제사회 찬반양론
리비아 전황은 반카다피군이 다시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AP통신은는 28일 수도 트리폴리를 향해 서쪽으로 진격하던 반카다피군이 카다피 원수의 고향인 수르트를 100km 앞두고 로켓포와 탱크로 무장한 카다피군의 공세에 밀려났다고 보도했다. 현재 반카다피군은 동쪽 빈자와드와 라스라누프를 내주고 브레가로 후퇴하고 있다.
전세를 뒤집으려면 무엇보다 전투력에서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는 반카다피군의 무장을 도와주는 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29일 “다국적군의 공습을 허용한 유엔 결의 1973호에 따라 반카다피군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합법이라고 믿는다”며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배제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행정부 내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현재 무기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프랑스. 반면 러시아와 이탈리아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마우리치오 마사리 이탈리아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리비아 반군을 무장시키는 것은 극단적인 수단이며 국제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서방세계가 특히 우려하는 점은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반카다피군과 연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나토군 사령관은 이날 미 상원에 출석해 “정보기관 보고에 따르면 알카에다나 헤즈볼라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가 언뜻언뜻 보였으나 현 시점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충분한 세부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 반카다피군, 무기-지휘체계 열악
시사 주간지 타임은 반카다피군은 총도 제대로 쏠 줄 모르는 ‘아마추어 반군’이라고 평가했다.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반군은 카다피군에게서 빼앗거나 버려진 무기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모자가 달린 후드 티에 샌들을 신은 채 칼을 들고 전장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을 지휘할 체제가 없다는 것. 반군은 벵가지 본부로부터 무전 명령을 받는 시스템도 없을뿐더러 작전 계획을 짜는 상부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대개의 경우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제3세계에서 반군은 오랜 기간의 정치·이념 투쟁을 거쳐 형성된 무장조직이다. 치밀한 조직과 훈련체계, 전사(戰士) 양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반카다피군은 지난달 정권의 시위대 학살에 분노한 시민들과 이탈 장병들이 즉석에서 모여 꾸려가다 보니 조직력이나 전투력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반카다피군 안에 서로 신뢰가 부족해 단결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잦다. 3월 초 카다피 원수가 반격을 시작한 이후 반군 안에서는 카다피군으로 있다가 반군으로 전향한 사람들에 대한 불신감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한다. 카다피 원수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은 이달 초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반군 지도자들과 카다피 정부가 연락을 하고 있다”며 반군 내부를 교란시키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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