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원전 때문에 엄마 찾아 못가요… 살아계신거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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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을거예요….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나미에(浪江) 정에 사는 나베시마 유키(鍋島悠希·12) 양과 유스케(悠輔·7) 군 남매는 대지진으로 부모와 헤어진 지 열흘이 넘었지만 울지 않는다. 찾고 또 찾으면 언젠가는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지진이 일어났던 11일 평상시와 다름없이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던 유키 양은 대피 경보가 울리자 평소 훈련했던 대로 가까운 산으로 급히 피했다. 쓰나미가 물러간 뒤 산을 내려와 지나가던 대형 트럭의 짐칸을 얻어 타고 대피소로 갔다. 하지만 대피소에는 가족 누구도 없었다. 나미에 정에 있는 신사(神社)의 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아버지는 차를 타고 대피하다 쓰나미에 휩쓸린 뒤 실종됐다.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나미에 정에는 후쿠시마 원전에서부터 20km 이내여서 갈 수 없었다. 현재 경찰과 자위대도 구조작업을 멈추고 철수했다. 다행히 대피소를 떠돌다 유치원에 갔다 실종됐던 남동생 유스케 군을 기적적으로 만났다. “유스케, 내가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알아.” 유키 양은 오랜만에 웃었다.

유키 양 남매는 15일 가나가와(神奈川) 현에 있는 할아버지 집으로 보내졌다. 남매는 울지 않은 채 잡다한 집안일도 돕고 있다.

도쿄=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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