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정전으로 군데군데 불이 꺼진 도쿄(東京)와 달리 오사카(大阪) 번화가 도톤보리(道頓堀)는 네온사인이 꺼질 줄 모른다.”(월스트리트저널)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퍼진 후 외국인을 중심으로 많은 도쿄 주민이 오사카로 향하고 있다. 일본철도(JR) 홈페이지에 따르면 18일 오후 도쿄에서 오사카로 가는 신칸센은 모두 만원이었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 도쿄는 주민들이 빠져나가고 외출을 하지 않아 한산한 소도시처럼 변했다. 술집과 식당이 일찍 영업을 끝내 도시 분위기는 더욱 한산했다.
일본을 떠날 수 없는 외국 기업 도쿄 주재원들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서남쪽으로 600km 정도 떨어져 피폭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오사카로 밀려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 기업이 객실 60개를 2주 동안 예약하기도 했다. 대형 호텔에는 20∼30개 객실을 한 번에 예약하겠다는 문의가 잇따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회장을 통째로 빌려 사무실로 쓰는 회사도 있다”며 “하룻밤에 제일 싼 방이 7만 엔(약 96만4852원)일 정도로 숙박비가 올랐지만 방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기회에 일본 지사를 아예 오사카로 옮기려는 외국 회사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원전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도쿄는 전력 공급이 충분치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외국 회사들이 오사카 부동산중개업소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사카 부(府)도 이재민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분양이 끝나지 않은 부영(府營)주택 450채를 피난민에게 제공하고 최대 2000채까지 주택을 제공하는 수용 대책을 마련한 것. 오사카 부를 포함한 7개 광역단체가 모인 ‘간사이(關西)광역연합’은 최대 수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피난소를 제공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로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스로 대변되는 것처럼 간토(關東), 간사이 지역 간에는 라이벌 의식이 강했다”며 “이 라이벌 다툼은 대부분 간토 지역 대표 도쿄가 승자였지만 이번에는 간사이 대표 오사카가 승자의 아량을 베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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