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군 “항복 안하면 전원 사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전단 뿌리며 심리적 압박… 反카다피군 마지막 보루 벵가지 포위 당할 위기

리비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측이 반카다피군의 숨통을 바짝 조이고 있다. 카다피군은 반카다피군이 힘겹게 지키고 있는 동부 교통 요충지 아즈다비야를 14, 15일 연일 전투기로 집중 폭격해 최소한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카다피군은 서북단 도시 주와라도 전투 끝에 장악했다.

벵가지에서 남쪽으로 140km 거리인 아즈다비야는 반군의 거점인 벵가지로 가는 길과 카다피군이 최근 탈환한 동쪽 국경 인근 도시 토브루크로 가는 길이 교차하는 지점. 카다피군은 아즈다비야 외곽 6km까지 접근해 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카다피군이 이곳을 장악하면 벵가지의 반카다피군은 완전히 포위되는 형국에 놓인다.

14일 카다피군 전투기들이 반카다피군에 항복을 요구하면서 주민들에게 ‘과거 왕정 시대 국기를 내리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을 아즈다비야에 살포했다고 현지 뉴스 웹사이트인 ‘리비아 알욤’이 전했다. 전단에는 ‘항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사람은 전원 카다피군에 의해 사살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반카다피군이 서부지역의 주요 거점으로 여겨 온 주와라도 14일 카다피군이 장악했다. 현지 주민 타렉 압달라 씨는 로이터통신에 “정부군이 도시를 장악했다. 군인과 탱크가 도시 중심에 있다”고 전했다. 반카다피군이 장악했던 서부 도시 미스라타도 카다피군의 파상적 공세를 받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반카다피군은 카다피군에 밀려 동쪽으로 200km가량 퇴각한 반면 카다피군은 벵가지에서 170km 거리까지 밀고 들어왔다. 이에 따라 반카다피군은 지난달 15일 반카다피 시위 발발 이후 한 달 만에 최대 위기에 놓였다.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달라는 반카다피군과 아랍연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14,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외교장관회의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1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공개로 리비아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어떤 결과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G8 가운데는 독일과 러시아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반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 회담을 한 후 공동회견에서 “국제사회가 카다피를 압박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4일 파리에서 반카다피 조직 ‘국가위원회’의 마흐무드 제브릴 외교책임자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제브릴은 전투 물자의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클린턴 장관은 “검토해 보겠다”고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반카다피 진영을 상대할 정부 특사를 임명했으며 금명간 벵가지로 파견할 것이라고 한 당국자가 밝혔다.

한편 카다피 정부는 반정부 시위 이후 근로자 안전 문제로 생산을 중단한 프랑스 토탈 등 유럽 석유회사들을 대신해 중국, 러시아, 인도 석유업체를 초청해 석유 생산을 해달라고 제안했다고 리비아 관영통신사 자나가 보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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