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심하게 손상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이틀 만에 다시 폭발이 발생하면서 방사성 물질 누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원전 폭발이 반복되자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원전 당국이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14일 오전 11시경 발생한 3호기 폭발은 1호기에 비해 훨씬 강력했다. 화염을 동반한 회갈색 연기가 300m 상공으로 치솟았고 순식간에 원자로와 격납용기를 둘러싸고 있던 보호벽이 날아갔다.
일본 원자력안전보호원은 3호기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증기빼기 작업 도중 발생한 수소가 건물 내 산소와 반응해 수소폭발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원자로 1차 보호막인 격납용기는 안전한 상태”라며 심각한 방사성 물질 누출 가능성을 부정했다. 실제로 이날 누출된 방사성 물질은 시간당 20μSv(마이크로시버트)로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날 폭발로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TEPCO) 사원 4명과 협력회사 직원 3명, 자위대원 4명 등 총 11명이 다쳤으며 이 중 1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경 20km 이내에 남아 있던 주민 615명도 긴급 대피했다.
오후 7시 45분경에는 2호기의 4m짜리 연료봉이 완전히 노출됐다가 바닷물을 쏟아 부으면서 냉각수가 2m 정도의 높이로 회복됐다. 원자로 노심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을 공급해야 한다. 노심 내부의 연료봉이 장시간 공기 중에 노출될 경우 용암처럼 녹아내리게 된다. 고열의 연료봉은 녹아내리면서 노심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노심 전체가 녹으면 격납 용기를 뚫고 녹은 물질이 원자로 밑으로 쏟아져 내려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누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이 1979년 발생한 미국 스리마일 섬 사건과 유사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이바라키(茨城) 현 도카이(東海) 촌 도카이 제2원전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넣어두는 수조 물이 넘쳐흐르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일본 원전 당국은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이 원전 역시 냉각수를 공급하는 디젤발전기가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고장 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방사성 물질 누출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120km 떨어진 오나가와(女川)에서 관측된 방사성 물질은 1호기 폭발 당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북쪽으로 이동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1호기보다 폭발력이 더 큰 이번 3호기 폭발로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이 퍼져나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외벽이 폭발한 원전은 내부에 잔뜩 열을 품고 있어 2차 폭발로 이어질 수 있고 이러면 방사성 물질이 대거 외부로 누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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