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 ‘입’ 때문에… 공정성 시비 도마오른 美공영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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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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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티-공화는 외국인 혐오” 몰카 동영상 공개… 美 발칵

론 실러 미국공영라디오(NPR) 선임부사장이 보수유권자단체 ‘티파티’를 비난하는 발언이 몰래카메라에 잡혀 NPR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프로젝트 베리타스 홈페이지 촬영
론 실러 미국공영라디오(NPR) 선임부사장이 보수유권자단체 ‘티파티’를 비난하는 발언이 몰래카메라에 잡혀 NPR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프로젝트 베리타스 홈페이지 촬영
당파성을 배제한 보도와 정확성으로 명성을 얻어온 미국공영라디오(NPR)가 거센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발단은 몰래카메라에 잡힌 NPR 론 실러 선임부사장의 발언이다. 실러 부사장은 최근 사석에서 보수유권자단체인 ‘티파티’를 겨냥해 “그들은 인종주의적이며 외국인을 혐오한다”고 비난했다.

몰래카메라 내용이 공개되자 NPR가 리버럴 성향이라며 2013년부터 NPR에 대한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공화당과 보수주의 단체들은 즉각 NPR에 대한 정부 지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발끈했다. NPR는 “실러 부사장이 몰래카메라 공개 이전에 이미 사의를 밝혔다”며 8일 자로 ‘직권휴가’ 조치를 내렸다. 세계의 대표적 공영방송으로 꼽혀온 영국 BBC와 일본 NHK가 각각 이념 편향과 도덕성 논란으로 상처받은 데 이어 NPR마저 신뢰도에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문제의 동영상은 지난달 22일 워싱턴 조지타운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촬영됐다. NPR는 무슬림형제단의 전위조직인 ‘무슬림 교육행동센터’ 간부를 자처한 남자 2명과 오찬면담을 했다. 이 남자들은 5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고 당시 자리에는 실러 부사장 외에 벳시 라일리 NPR 자금모금담당 선임국장이 함께했다.

12분짜리 동영상에는 실러 부사장이 “현재의 공화당과 특히 티파티 운동은 일반인의 생활에 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그들은 이슬람에 대한 혐오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외국인을 혐오하며 인종주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화당은 이 집단(티파티)에 공중납치(hijacked) 됐다”고도 했다.

실러 부사장은 “NPR의 모자를 벗고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현재 미국에는 지성인 비율이 너무 적다”며 “리버럴이 보수주의자들보다 교육을 더 많이 받았고 균형감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NPR는 연간 1억5400만 달러의 운영자금 중 2% 정도를 연방예산에서 지원받고 있다.

동영상은 보수적 성향의 몰래카메라 전문 촬영가인 제임스 오키프 씨의 기획에 따라 촬영된 것으로 오키프 씨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프로젝트 베리타스(www.theprojectveritas.org)에 올려졌다.

NPR 측은 공식성명을 통해 “실러 씨의 발언에 섬뜩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NPR의 최고경영자인 비비언 실러 씨도 “그의 발언은 사견이며 NPR가 걸어온 공정보도의 길 및 공영방송의 철학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미국공영라디오(NPR)::

미국 전역의 797개 라디오 방송국에 배급되고 있는 미국 공영방송의 대명사. 1967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공공방송법에 따라 1970년 2월 비영리 재단으로 출범했다. 출근시간대에 방송하는 ‘모닝 에디션’과 퇴근시간에 맞춘 ‘올 싱스 컨시더드’가 대표 방송. 2008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주간 청취자 수는 2750만 명. 뉴욕에 있는 공공정책 분야의 대표적인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해리스 폴은 2005년 NPR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소스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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