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아일랜드 집권당 참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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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만에 제1당지위 내줘… 대승 野 “구제금융 재협상”

재정위기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 하원 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뒀다. 여당은 지난달 브라이언 카우언 총리 대신 마이클 마틴 당수를 새 얼굴로 내세우며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외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27일 오전 현재 전체 166석 가운데 제1야당인 통일아일랜드당이 36.1%의 지지율로 59석을, 노동당이 19%로 31석을 얻으며 대약진했다. 반면 공화당은 17%로 14석에 그쳤다. 1920년대 아일랜드 내전 때 탄생한 공화당이 총선에서 제1당의 지위를 내준 것은 1932년 이후 처음이다. 야당 연정에서 정권을 되찾아온 1997년 6월 총선 이후 14년 만에 집권당의 지위를 내주게 됐다.

여당의 참패는 경제난과 재정위기, 외부로부터의 구제금융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1990년대 낮은 실업률과 높은 경제성장률, 수출 증대 등으로 포효하는 ‘켈틱 타이거’ 신화를 만들어내며 급성장했다. 수많은 다국적 기업이 낮은 법인세율과 규제 완화 등의 이점을 살려 이 나라에 회사를 세웠다. 은행들은 해외에서 주택 건설 자금을 앞다퉈 차입해 경제 성장의 대부분이 부동산 활황에 기반을 두고 이뤄졌다. 그러나 2008년 이래 주택 가격은 60%가량 떨어졌고 건설업자들에게 대출됐던 악성 채무가 쌓이면서 은행들의 자금 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결국 정부는 은행들에 4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투입했고 이로 인해 정부 재정에 큰 구멍이 생겼다. 재정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32%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다. 결국 지난해 말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850억 유로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받기로 협상을 마무리하고 대대적인 긴축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연립정부가 붕괴되고 카우언 총리가 집권당 당수직에서 물러나며 의회가 조기 해산되는 등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어왔다.

야당인 통일아일랜드당은 선거 과정에서 구제금융 협상을 다시 하겠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강조해왔다. 특히 EU 구제금융 자금에 대한 상환조건, 즉 이자(5.8%)가 너무 비싸 이를 낮춰야 한다면서 유권자들을 공략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를 출범시키면 곧바로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재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실업률 증가와 허리띠 졸라매기로 살기 힘들어진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파업과 시위 등 사회 불안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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