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당독재 종식 13개도시 궐기” SNS타고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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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등서 최소 6명 연행… “시위 다시 시도할 것”

당국 “인터넷감독 강화”… ‘재스민’ 등 검색어 차단


중국 베이징(北京)의 중심가인 왕푸징(王府井)과 상하이(上海)에서 20일 일부 시민이 흰색 재스민 꽃을 거리에 뿌리며 민주화를 요구했다.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일각에서도 소규모지만 동조 시위가 있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재스민 혁명’ 열기로 중국에서 미미하지만 첫 시위가 발생한 것이다.

20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왕푸징에서는 오후 2시경 일부 시민이 재스민 꽃을 거리에 뿌리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 3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상하이에서도 시위가 예정된 지점에서 시민 3명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연행됐다.

본격적인 시위가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민주화 요구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다. AFP통신은 19일 이후 이틀 동안 15명의 변호사와 민주화 운동가가 당국에 연행됐다고 전했다. 홍콩에 있는 인권민주주의정보센터는 중국 전역에서 공안에 붙잡히거나 가택 연금된 사람이 1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집회를 선동한 글은 ‘20일 시위’가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 주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다시 시도하자고 제안해 긴장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19일부터 트위터와 비슷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를 중심으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廣州) 등 13개 도시에서 재스민 혁명을 일으키자는 글이 급속히 퍼졌다. ‘20일에 주요 도시에서 모이자’며 집회 시간과 장소까지 제시됐다. 웨이보의 ‘재스민 소집령’에 따라 이날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도 인터넷 선동 글을 본 누리꾼이 집회나 시위를 가질 것을 대비해 주요 도시의 경비를 강화했다.

웨이보를 통해 전파된 글은 “멜라민 분유 피해아동의 부모, 강제 철거민, 실업 노동자, 파룬궁 수련자, 공산당원, 민주당파 인사, 심지어 방관자까지 이 순간 우리는 모두 중국인으로서 미래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당독재를 끝내기 위한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자유를 요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먹을 것을 원한다” “일하고 싶다” “정의를 원한다”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한다” 등의 구체적인 구호도 등장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일 “이 글은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어 웹사이트 보쉰(Boxun.com)에 17일 처음 게시된 후 중국에 퍼졌다”며 “누가 처음 이 글을 올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외신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국 민주화 운동가들이 올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정부는 ‘이집트’ ‘튀니지’ ‘jasmine’ ‘jasmine revolution’ 같은 키워드의 검색을 차단한 데 이어 재스민을 뜻하는 ‘모리화(茉莉花)’나 ‘모리화 혁명’ ‘혁명’과 같은 중국어 단어도 추가해 일부 포털 사이트와 웨이보 등에서 검색이 불가능하다.

이에 앞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19일 전국의 성(省)과 중앙 부처의 주요 간부들을 모두 모아놓고 사회관리체계 확립을 강조하면서 인터넷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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