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 中-러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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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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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톈안먼 악몽’ 보도통제 강화… 러 “푸틴 물러가라” 민주화 시위

지난달 31일 러시아 경찰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시민을 연행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러시아 경찰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시민을 연행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면서 중국이 자국 내 보도 통제를 강화하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집트 시위가 자국의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도화선이 될 것을 우려해 신문 방송 인터넷 포털 블로그 등을 통한 시위 소식 전파를 적극 차단하고 나섰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일 베이징(北京)과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의 주요 신문사에 이집트 소요사태 보도를 엄격히 금지하는 정부 지침이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언론은 1일 정부가 자국민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 전세기를 카이로에 보냈다는 소식과 외교부 대변인이 ‘이집트가 조속히 질서를 회복하기 바란다’며 발표한 내용만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카이로에 탱크가 진입하고 시위대가 맞서는 광경은 1989년 6·4톈안먼(天安門) 사태를 떠올리게 할 수 있어 중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며 카이로에서 지난달 30일 탱크를 막고 서 있는 한 이집트 청년의 사진을 실었다.

모스크바 승리광장에서는 지난달 31일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가 몰려든 군중 600여 명을 상대로 “퇴진 요구를 받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같은 부류”라고 외치며 시위를 주도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집회 현장에서 경찰에게 체포됐다 풀려난 넴초프는 이날 트럭에 올라선 채 “우리 지도부(푸틴을 지칭)와 그(무바라크)가 어떻게 다른가”라면서 “푸틴 총리는 11년간 권좌에 머물면서 부패를 만연시켰고 자신도 부(富)를 축적했다”고 비난했다. 넴초프는 1990년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부총리를 지냈다.

이날 집회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2008년 취임하면서 국민들의 비판을 더 많이 허용하겠다고 약속해 야권이 매달 말일 열어온 집회 중 하나였지만 이집트 대규모 시위 여파로 푸틴 총리의 퇴진까지 들고 나온 것.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이날 “푸틴은 사임하라. 푸틴 없는 러시아를 원한다”는 시위가 열렸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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