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m 상공서 한명씩 1초간격 낙하… 낙하… 실전 방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31일 03시 00분


■ 美 유일 공수부대 학교 포트베닝 기지를 가다

미국 공수부대 훈련장인 조지아 주 포트베닝 기지에서 27일 공수부대원들이 낙하훈련을 하고 있다. 총 3주간의 낙하훈련은 첫째 주는 지상교육, 둘째 주는 타워 낙하훈련, 세 번째 주는 군용기 실제 낙하 5회 과정으로 이뤄진다.
미국 공수부대 훈련장인 조지아 주 포트베닝 기지에서 27일 공수부대원들이 낙하훈련을 하고 있다. 총 3주간의 낙하훈련은 첫째 주는 지상교육, 둘째 주는 타워 낙하훈련, 세 번째 주는 군용기 실제 낙하 5회 과정으로 이뤄진다.
“Keep Moving(빨리 움직여)!”

교관의 요란한 함성이 귓전을 때린다. 모형 군용기의 출입문을 본뜬 ‘모크 타워(Mock Tower)’는 인간이 가장 공포심을 느낀다는 10m 높이에 설치돼 있다. 공수 낙하훈련 9일째. 교관의 명령에 따라 좌우로 한 줄씩 훈련병 6명이 한꺼번에 낙하하기 시작했다. 타워에서 몸에 줄을 매단 채 땅으로 떨어지는 이들은 “1000, 2000, 3000, 4000…” 숫자를 큰 소리로 반복해 외쳤다. 공포감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낙하 중간지점에 이르자 낙하산이 펴지지 않을 것에 대비해 가슴 쪽에 부착된 예비 낙하산을 열어젖혔다. 장병들의 몸을 매달고 있는 탄탄한 긴 줄은 중간에 한 번 멈칫거렸다. 낙하산이 순식간에 펴지면서 공기 저항을 받아 떨어지고 있는 몸이 갑자기 멈추는 실전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미국에서 유일한 공수부대 훈련장인 조지아 주 컬럼버스 시 포트베닝 기지의 훈련현장을 25일부터 2박 3일 동안 르포했다.

○ 배출인력 아프간 이라크 등 실전 투입

매서운 찬 바람이 살을 에는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27일 오전 9시 포트베닝 공수부대는 훈련병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500명이 한 클래스를 이뤄 첫 2주일 동안 지상과 타워에서 낙하훈련을 하고 마지막 한 주엔 실제 군용기에서 5번의 낙하훈련을 성공적으로 이수해야 공수훈련 자격을 따게 된다. 낙하훈련에 앞서 공중점프는 최소 12번을 뛰어내려 성공해야 실제 낙하훈련에 참가할 수 있다.

미국 유일의 공수부대 훈련장인 이곳에서 한 해 배출되는 공수훈련원은 1만8000명이다. 이 중 3분의 1인 6000명이 실제 공수부대에 편성되고 나머지는 일반부대에 배치된다. 이곳에서 훈련을 받은 공수부대원들은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바로 실전 투입됐다. 최근에는 이라크에서 철군하고 아프간에서도 병력을 줄이면서 절반가량이 아프간에 교대 병력으로 배치된다. 포트베닝의 공수훈련에는 미군뿐 아니라 한국 등 한 해 수백 명의 동맹국 군인도 참가한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도 포트베닝의 공수훈련이 필수 코스다.

미 육군 보병학교 훈련생들이 26일 포트베닝 기지에서 시가지 전투를 가상한 건물 진입훈련을 하고 있다. 해마다 11만6000여 명의 신병이 이곳에서 14주 코스의 보병교육을 받는다.
미 육군 보병학교 훈련생들이 26일 포트베닝 기지에서 시가지 전투를 가상한 건물 진입훈련을 하고 있다. 해마다 11만6000여 명의 신병이 이곳에서 14주 코스의 보병교육을 받는다.
기자를 태운 차량은 실제 군용기에서 낙하훈련을 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막사 안에 들어서자 긴장된 표정의 공수훈련병 100여 명이 마지막 장비 점검을 하고 있었다. 군용기에서 실제 이뤄지는 공중 점프에서 자칫 방심하면 대형사고를 피하기 어렵다. 공수훈련에서는 배낭과 낙하산 및 예비 낙하산까지 모두 합쳐 335파운드(152kg)의 각종 장비를 몸에 매달아야 한다. 28일 졸업식을 앞둔 이들은 이번이 4번째 낙하훈련. 실전 낙하훈련에 5번 성공해야 공수부대원이 될 수 있다.

포트베닝 기지에서 육군 공수부대 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브라보 부대 소속의 앤드루 왈코 대위(26)는 “공수부대는 헌신적이며 전투의 전문가다운 기질을 갖고 있다. 350m 상공에서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모든 역경을 견뎌내야 한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 낙하훈련 5번 성공해야 수료

부대 앞에 굉음을 울리며 미 공군기 C-130기가 들어서자 훈련생들은 바짝 긴장한 채 군용기 안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군용기가 이륙하자 기자를 태운 버스도 바로 낙하지점으로 이동했다. 광활한 평원을 지나고 다리 2개를 건너 도착한 곳은 조지아 주가 아닌 앨라배마 주다. 유격대 출신의 멜리사 하우스 포트베닝 공보담당 장교는 “버스는 조지아 주 경계선을 넘어섰다”며 차창 밖을 가리켰다. 이미 하늘에선 공수훈련생들의 낙하가 시작됐다. 350m 상공의 비행기 양쪽에서 각각 1초에 1명씩 낙하하면서 15초 동안 30명의 공수훈련생이 비행기 밖으로 밀려나왔다. 이들이 몸을 던진 뒤 얼마 안 돼 낙하산이 펼쳐졌고, 마치 세포가 분열하듯 1초 간격으로 낙하산이 펴졌다. 15초 동안 30개의 푸른 낙하산이 상공에 펼쳐지면서 장관을 이뤘다. 350m 상공에서 떨어진 공수훈련생이 지상에 낙하하는 시간은 45초∼1분 30초가 걸린다. 몸무게에 따라 낙하시간도 달라진다.

이어 다음 군용기를 타고 온 훈련생들의 낙하훈련이 상공에서 다시 펼쳐졌다. 착지에 성공한 훈련생들은 바로 교관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낙하에 성공했다는 것을 신고하고 이름을 외쳤다. 훈련생 안토니오 씨는 마지막 낙하인 5번째 낙하에 성공한 뒤 흥분을 이기지 못한 채 “이제는 나도 공수부대원”이라고 외쳤다. 나타냐 산티아고 씨는 “공수훈련은 조금 겁이 나기도 하지만 낙하하기 위해 군용기 문에서 떨어질 때 느끼는 흥분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모든 곳이 전쟁터라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공수부대 훈련교관은 잘 알려진 ‘검은 베레모’를 쓰고 있다.

왈코 대위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공수부대의 역할은 대단했다. 유격대와 함께 공수부대는 전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신체를 단련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수부대의 중요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 “절제와 팀워크 배운다”


26일 새벽 포트베닝 기지는 육군 보병학교 훈련생들의 기상 점호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 4시 50분 사방은 칠흑처럼 깜깜했지만 신병들은 연병장으로 속속 집결했다. 14주 코스의 신병 육군 보병교육은 하루를 PT체조로 시작했다. 추운 겨울날씨에도 반바지 차림의 신병들은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질퍽한 땅에 엎드려 PT체조를 했다. 신병들은 자동차 경적소리를 신호로 1000m 트랙을 걷다가 뛰는 구보를 반복했다.

육군 보병부대를 총괄하는 총사령관인 마크 허틀링 중장은 “포트베닝의 육군 보병학교 신병훈련에서는 군사기술뿐 아니라 절제와 팀워크, 상호존중하는 자세를 가르친다”고 말했다.

허틀링 중장은 “신병은 대부분 고졸 출신이지만 최근에는 학사뿐 아니라 석사 출신도 많이 지원한다”며 “육군 군악대의 경우 절반이 박사”라고 귀띔했다.

포트베닝=글·사진 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포트베닝::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 때 조지아 주의 컬럼버스 시에서 활동했던 장군 헨리 루이스 베닝의 이름을 본떠 지어졌다. 해마다 이곳에서 11만6000여 명의 군인이 훈련을 받는다. 미군의 대표적인 보병 훈련 기지로 현역 군인과 군인 가족 등 12만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737km²에 달하는 터의 93%는 조지아 주에, 나머지 7%는 앨라배마 주에 걸쳐 있다. 1918년 세워진 이래 수십만 명의 장교와 병사를 배출했다. 기지 입구에 2009년 6월 개관한 육군보병박물관에는 한국전기념관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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