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하라 日외상 방한… 일본의 겉과 속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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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南北대화 우선”
“납치-미사일 北日대화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상은 15일 오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일본 간 대화 추진 과정에서의 한미일 3국 공조’와 ‘북-일 대화’보다 ‘남북대화 우선’을 강조했다.

특히 마에하라 외상은 북한과의 대화 의제로 북핵 문제와 일본인 납치, 미사일 위협 문제를 분리하지 않았다. 그는 ‘납치 문제를 핵 문제와 분리해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납치, 핵, 미사일과 같은 제반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만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종연구소 주최 세종정책포럼 공개 강연에서도 북-일 대화 문제를 아예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공개 강연에 이어 열린 비공개 토론에서 북-일 양자 대화의 의제는 ‘피랍 일본인과 북한 미사일 위협 문제’이며 이를 6자회담의 의제인 북한 핵 문제와 분리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 “납치, 미사일 우려 이해해 달라”

16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마에하라 외상은 15일 세종정책포럼 비공개 토론에서 “북한 문제에는 핵, 미사일, 납치 문제가 있지만 납치와 미사일 문제는 일본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6자회담에서 일본과 북한 대표가 얼굴을 맞대고 납치 문제를 다룰 수도 있지만 6자회담은 핵 문제를 논의하는 곳”이라며 “납치와 미사일 문제는 일본이 기본적으로 6자회담과 관련 없이 북한과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마에하라 외상은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는다고 납치 문제가 논의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20∼30년간 납치된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에게 6자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납치 문제가 논의될 수 없다고 말하면 실망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일 대화의 의제를 납치와 미사일 문제로 분명히 하고 이를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과 분리한 것이다. 마에하라 외상은 11일에도 “6자회담에 관계없이 백지상태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6자회담이 열리지 않더라도 북-일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공개석상에서 북-일 대화와 6자회담 의제를 분리하겠다고 밝힐 경우 일본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는 것처럼 비칠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에하라 외상은 “우선 남북대화가 이뤄져야 6자회담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면 북-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며 “북한과 대화할 때는 한국, 미국과 공조를 확보하겠다. (한국 측은) 안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은 ‘선(先) 남북대화, 후(後) 6자회담’ 기조에 동의하면서도 무작정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지 않고 북-일 대화를 위한 회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6자회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북-일 대화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그 시기는 6자회담 즈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일본 언론 “한국, 북-일 대화 우려”

일본 아사히신문은 16일 국제 여론이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데 대해 한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 신문은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남북대화를 북-일 협의보다 우선시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 대해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나 영토 분쟁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관계가 경색된 와중에 한국과의 관계까지 손상시킬 수 없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3월에 예정된 일본 중학교 사회 교과서 검정 발표가 양국관계에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요인”이라며 북한과의 직접 대화 추진이 한일 관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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