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슬픔에 빠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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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서 알카에다에 납치된 청년 2명 軍구출작전 실패… 주검만 돌아와 충격

프랑스가 슬픔에 빠졌다. 아프리카 서부 니제르에서 알카에다에 납치된 자국인 청년 2명을 구하기 위해 8일 전격적으로 군사작전을 폈으나 실패로 돌아가면서 두 사람의 주검만 돌아왔기 때문.

프랑스 북부 소도시 린셀 출신의 25세 동갑내기 친구 앙투안 드 레오쿠르 씨와 뱅상 들로리 씨는 7일 저녁 니제르 수도 니아메 중심가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2년 전부터 비정부기구 요원으로 일해 온 레오쿠르 씨는 이번 주 중 결혼할 기쁨에 들떠 있었다. 엔지니어 들로리 씨는 그의 ‘절친’으로 결혼을 축하해 주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터번을 쓰고 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식당에 들이닥쳤다. 목격자에 따르면 괴한들은 아랍어를 썼고 저항하던 두 청년을 위협해 끌고 나가더니 사륜구동차에 태워 납치했다는 것. 신고를 받은 니제르 경비군은 즉각 추격에 나서 납치범들과 교전까지 벌였지만 범인들을 놓치고 말았다. 조사 결과 납치범들은 알카에다의 북아프리카 지부인 ‘아퀴미(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 소속이 확실했다.

8일 새벽 니제르군은 다시 테러범들과 인질의 위치를 찾아냈다. 프랑스 정찰기까지 작전에 합류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 테러범들이 니제르에서 말리 국경을 넘어 ‘아퀴미’의 본거지로 넘어가기 전에 인질을 구출해야 했다. 이날 오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공격결정이 떨어짐에 따라 국경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니제르-프랑스 군대가 테러범 공격에 나섰다. 교전 끝에 여러 명의 납치범들을 사살했으나 피랍된 레오쿠르 씨와 들로리 씨는 교전 지역 인근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이 같은 사실을 늦게 전해들은 레오쿠르 씨의 약혼녀는 8일 저녁 프랑스2 방송을 통해 “제발 내 약혼자를 풀어 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프랑스 해외령 과들루프를 방문 중인 사르코지 대통령은 9일 “인질 살해는 가증스러운 행위”라며 “테러리스트와 테러리즘에 굴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알랭 쥐페 국방장관은 10일 니제르로 향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조만간 살해된 두 청년의 가족을 만날 계획이다.

지난해 봄 프랑스인 엔지니어 미셸 게르마노 씨를 납치하기도 했던 ‘아퀴미’는 7월 프랑스군이 비밀리에 구출작전을 시도하자 즉각 게르마노 씨를 참수해 프랑스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한편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2009년 소말리아에서 교육자 1명, 2009년 12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프랑스3 방송 기자 2명이 납치됐다. 지난해 9월엔 니제르 북부 아를리에서 원전회사 아레바 직원 등 5명이 ‘아퀴미’에 납치돼 말리에 억류 중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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