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파키스탄에 350억 달러 ‘통큰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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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끌어들여 中 견제’ 美 시도에 경협 맞불

“양국 우정의 큰 바다는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인도에 이어 파키스탄을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이렇게 말했다고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19일 전했다. 파키스탄은 17∼19일 방문한 귀한 손님을 극진히 접대했고 원 총리는 약 350억 달러에 이르는 경협 계약을 파키스탄에 안겼다. 파키스탄 방문 직전 인도와 맺은 160억 달러의 2배가 넘는다. 미국이 인도를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시도에 대해 중국은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을 끌어들여 인도를 견제하겠다는 뜻이 다분히 엿보인다.

원 총리의 파키스탄 방문은 양국의 전통적인 우의를 더욱 돈독히 했다는 적극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반면 15∼17일 이뤄진 원 총리의 인도 방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18일 오전 원 총리는 유사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와 함께 양국 우호에 기여한 인물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원 총리는 “각자가 저마다 감동적 스토리가 있고 이것은 작은 개울처럼 중국과 파키스탄 간 우의라는 큰 바다로 흘러간다”며 “당신 같은 사람들로 이 바다는 마르지 않을 것이고 대대손손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길라니 총리는 “양국 우의의 바다에 물 한 방울도 매우 귀중하다”며 “이 한 방울이 모여 큰 바다가 된다”고 화답했다.

이날 원 총리는 또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이어 파키스탄 군부 최고위 인사들과 만나 “파키스탄군은 양국 우호의 굳건한 지지자이자 보호자”라고 밝혔다. 군을 담당하지 않는 원 총리가 외국의 군부 인사를 만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에서 군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맡고 있다.

중국 언론은 파키스탄이 최고 수준으로 원 총리를 대접했다고 전했다. 17일 도착할 때 공항에는 길라니 총리가 영접했다. 원 총리와 파키스탄 지도자의 사진을 배경으로 ‘열렬히 환영합니다’ ‘좋은 이웃을 가진 것은 복이다’ ‘파키스탄과 중국은 한가족’ 등이 쓰인 광고판이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곳곳에 설치됐다.

원 총리는 큰 선물을 내놨다. 원 총리는 17일 200억 달러 규모에 이어 18일에도 150억 달러가량의 경협에 합의했다고 AFP통신은 18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상공회의소 술탄 아마드 차왈라 회장은 “파키스탄은 중국을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 본다”며 “이번 경협은 서방의 부진한 투자와 올해 홍수로 빈사 상태에 처한 파키스탄에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원 총리는 앞서 인도 방문에서 160억 달러 규모의 경협 계약을 맺었으나 정치적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8일 지적했다. 양국 간의 민감한 문제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도의 주요 신문인 힌두스탄타임스는 “파키스탄이라는 벽이 인도와 중국을 갈라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의 전문가들은 “원 총리의 방문이 인도 국민이 중국에 갖는 불신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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