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콜레라 이어 ‘진흙탕 선거’ 덮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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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대선 극도 혼란… 야권후보 “선거무효” 집단 반발

중미 최빈국 아이티의 대통령 선거가 28일 극심한 혼란 속에 치러졌다. 당선자 윤곽은 다음 달 초순, 공식집계는 올 연말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벌써부터 야권 후보 10여 명이 “부정선거”라며 집단 반발하고 나서 선거 결과 불복에 따른 정국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저녁(현지 시간) 아이티의 임시 선거관리위원회(CEP)는 이날 전국 1500개의 투표소에서 진행된 선거가 50여 개의 일부 투표소를 제외하고는 유효하게 치러졌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5년 임기의 차기 대통령과 상원의원 11명, 하원의원 99명을 뽑는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1등을 달리던 여성후보 미를랑드 마니가를 포함해 전체 19명 중 12명의 야권 후보는 투표가 진행 중이던 이날 오후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내의 한 호텔에 모여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르네 프레발 현 대통령의 집권여당인 쥐드 셀레스탱 후보를 겨냥해 “오늘 선거의 무효를 선언하며 국민은 들고 일어나 반대의사를 표출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포르토프랭스와 북부 카프아이시앵의 도심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거리 시위를 벌이며 선거 취소를 요구했다. 돌을 던지며 저항하는 시위대에 경찰도 최루탄을 쏘며 맞서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이날 투표는 극심한 혼탁 양상을 보였다. 수십만 명의 지진 피해자 중 상당수가 투표용 신분증을 받지 못한 채 투표소로 향하는가 하면 일부는 유권자 명부에 이름이 누락돼 투표를 못하게 되자 투표소 직원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북부 일부 지역에선 무장괴한이 투표소에 난입해 공중에 총기를 난사하면서 투표가 무효 처리됐고 포르토프랭스의 빈민가에선 투표함이 통째로 도난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1825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아이티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00달러에 불과한 빈국으로 올 초 대지진이 발생해 30만 명이 숨졌으며 최근엔 콜레라 창궐의 재앙까지 겪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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