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처벌’도 못말리는 中 도굴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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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성 중심 전국 10萬기승… 최근 진시황 조상묘도 털려

‘부자가 되고 싶으면 고분을 도굴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굴이 횡행하는 중국에서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의 조상 무덤도 도굴당했다고 홍콩 원후이(文匯)보가 26일 보도했다.

산시(陝西) 성 문물국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정기 순찰에서 진시황의 조부모와 부모의 묘가 함께 있는 시안(西安) 시 린퉁(臨潼) 구의 진동릉(秦東陵)이 도굴당한 것이 발견됐다. 입구에는 가로세로 70×50cm의 구멍이 뚫려 있고 지하 30m까지 파고 들어가 묘실(墓室)까지 이르는 등 손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의 묘가 얼마만큼 도굴당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산시 성과 시안 시 공안은 9명의 용의자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원후이보는 전했다.

1986년 농민이 수로를 파면서 발견한 진동릉은 2006년 무덤 주변 24km²가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됐으며 그해 5월 25일 표지석도 세워졌다. 하지만 보호구역 안에 20여 개의 벽돌공장이 세워져 마구 흙을 파내고 있으며 흙 채취 지점이 무덤에서 1km 부근까지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지석도 풀숲에 방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조사돼 국가문물국과 산시 성 문물국은 이번 도굴을 계기로 관리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진나라와 당나라 등의 수도가 있었던 산시 성은 무덤 등 문물이 많아 도굴범들의 집중 표적이 돼 왔다. 올해만도 3월 당 현종의 셋째 아들 이형(李亨)의 무덤에 부장되어 있던 앉은 석조 사자상이 도굴돼 아직 찾지 못했다. 4월에는 한 달에만 북위와 당나라 시대의 석불과 석사자상 5점이 도굴당했다. 2004년에는 당 현종 부인인 정순황후의 묘가 도굴당해 채색 석곽이 100만 달러에 미국에 밀반출됐다가 올해 6월 되돌아오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도굴범에게 사형까지 가능하지만 전국적으로 10만 명가량이 활동하고 있으며 ‘도굴산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원후이보는 전했다. 중국사회과학원 고고(考古)연구소 리젠민(李建民) 연구원은 “요즘 도굴범들은 정교한 장비와 전문적인 고고학적 지식까지 갖춰 고분 문물 보호가 시련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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