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서 61일을 버텼다, 10대 3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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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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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말 남태평양서 실종… 갈매기 잡아먹고 빗물로 연명… 참치잡이 어선에 ‘극적 구조’

사진 출처 BBC
사진 출처 BBC
뉴질랜드령 남태평양 바다에서 실종된 10대 소년 3명(사진)이 표류 61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돼 화제다.

AFP통신은 남태평양 피지 동북쪽 토켈라우 제도 아타푸 섬에 사는 사무 페레스 군(15)과 필로 필로 군(15), 에드워드 나소 군(14)이 아타푸 섬에서 1420km 떨어진 바다에서 참치잡이 어선 선원들에게 ‘기적적으로’ 구조됐다고 25일 전했다.

소년들은 9월 말 작은 알루미늄 보트를 타고 이웃 섬을 향해 노를 저어 바다에 나갔다가 실종됐다. 실종 직후 뉴질랜드 공군까지 수색에 나섰지만 성과는 없었고 가족들은 이들을 찾지 못해 매일매일 눈물로 지새웠다. 이 중 페레스 군 가족들은 구조를 포기하고 장례식까지 치렀다.

그러나 24일 참치잡이 어선 한 척이 조업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돌아가다 황량한 바다 한가운데 수평선에서 움직이는 작은 물체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어선의 1등 항해사 타이 프레드릭센 씨는 “소년들은 간절하게 ‘구해 달라’며 미친 듯이 손을 흔들고 있었고 배를 가까이 대 소년들을 구했다”고 말했다. 어선이 이날 택했던 해로를 1km만 벗어났어도 소년들은 구조될 수 없었다.

소년들이 61일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배에 가지고 있던 코코넛 덕분이었다. 배에 앉은 갈매기 한 마리를 잡아서 나눠 먹기도 했다. 식수는 가끔 밤에 내린 빗물이 방수포에 스며 있던 것을 짜서 나눠 마셨다. 그러나 이틀 전부터는 물이 떨어져 별 수 없이 바닷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소년들은 “바닷물이 정말 끔찍했다”고 말했다.

프레드릭센 씨는 “아이들이 어떻게 갈매기를 잡아먹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하여튼 오랫동안 고초를 겪은 것을 생각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건강한 상태였다”며 “정말 대단한 정신력을 가진 소년들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필로 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구조 소식을 듣고 뉴질랜드 라디오방송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아타푸 섬에서는 마을주민 500여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서로 껴안고 소리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소년들의 구조를 기뻐했다.

소년들은 애초 실종 50일 만에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구조한 선원들에 따르면 이들이 표류한 기간은 정확하게 61일이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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