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시아 중시 외교는 中 포위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0일 03시 0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의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국제정치 무대에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만들어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비토권에 대한 개혁문제가 최근 들어 논의된 것도 아니고 미국의 지지 의사 표명이 당장 인도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보증하는 결정적 요소는 아니지만 당장 중국의 표정이 못마땅해 보인다. 국경을 접한 인도와 중국은 1960년대 국경분쟁을 겪은 이래 지역의 맹주 자리를 놓고 오랜 다툼을 벌여온 사이다. 인도는 중국이 가장 못마땅해하는 티베트의 독립을 음양으로 지원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인도 방문 기간에 양국의 경제협력 확대는 물론 반(反)테러리즘과 핵 비확산 문제에 이르기까지 공통가치를 토대로 21세기의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을 거쳐 호주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중국 세력 견제의 뜻을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9일(현지 시간) 지역 일간지인 시드니모닝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책임 있는 국가로 성장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중국의 동아시아 세력 확장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호주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호주를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역시 “미국의 국방비 절감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군 영향력 약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군이 더 많은 전투기와 군함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파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중국의 주변 국가와 관계를 강화하고 군사협력을 촉진하면서 중국을 봉쇄(contain)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자문에 응하고 있는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의 종합국력이 미국의 ‘슈퍼 파워’ 지위에 심각한 도전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방안을 제시했다. 나이 교수는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중국에 대한 일본의 불신과 패권을 추구하는 듯한 중국에 대한 주변국의 견제심리는 미국이 이 지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최대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도 최고지도자들이 잇따라 아시아 방문에 나서면서 미국의 중국 견제에 대해 맞불작전을 펴는 형국이다. 중국 공산당 서열 9위 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은 지난주 인도를 방문해 당 차원의 외교를 펼쳤다. 또 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캄보디아를 거쳐 현재 인도를 방문하고 있으며 태국에도 갈 예정이다.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의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과 관련해 인도를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지위를 중시하며 인도가 유엔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를 희망하는 것을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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