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드라마 해피엔딩’ 세계가 칠레 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가족들 구조 임박하자 긴장 “마지막까지 안전에 신경을”… 광원들 특별 식이요법 돌입

칠레 산호세 광산에 갇혀 있는 광원들의 구조가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지구촌의 이목은 수도 산티아고에서 버스로 12시간이나 떨어진 작은 마을에 쏠리고 있다.

광원의 가족과 칠레 국민은 물론 이곳에 캠프를 차린 취재진도 두 달간의 사투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 기대와 불안 교차

가족들이 광산 주변에 차려놓은 ‘희망의 캠프’는 무사 귀환의 기대감이 넘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여기저기 나부끼는 칠레 국기와 가족들의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 이들이 널어놓은 빨래가 캠프를 뒤덮고 있다”며 “아내와 애인들은 그토록 기다리던 남편과 남자친구를 맞이하기 위해 머리 모양과 손톱을 손질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전했다. 이곳에는 현재 1500여 명의 보도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아버지의 구출을 기다리고 있는 카롤리나 로보스 씨는 “적어도 5분에 한 번씩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이고 있다”며 세계의 관심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칠레 국민들은 올 2월 500여 명의 사망자를 냈던 대지진 당시보다도 이번 사건이 훨씬 더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구조 시점이 임박하면서 긴장감도 없지 않다. 일부 가족은 구조 시점을 무리하게 당기기보다는 광원들의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매몰된 한 광원의 어머니 넬리 부게노 씨는 “애초에 사고가 발생한 이유도 안전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안전하게 나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갱도 붕괴 방지용 튜브 투입

광원들을 안전하게 지상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은 마지막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상에선 탈출용 갱도의 보강작업을 마무리했다. 구조대는 11일 구조 도중 갱도가 붕괴하거나 막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별도 제작한 금속 튜브를 밀어 넣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일부 가족은 이 튜브를 갱도 끝까지 주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럴 경우 구조가 일주일은 더 늦어진다는 분석에 따라 지하 100m 깊이까지만 설치했다. 튜브 공사가 끝남에 따라 곧 탈출 캡슐을 끌어올릴 도르래가 설치되고 시운전을 거쳐 13일부터 본격 구조가 시작된다. 광원들은 구조 6∼12시간 전부터는 고칼로리 액체만 섭취하는 특별 식이요법에 돌입한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한 이 음료는 탈출 캡슐이 지상까지 10∼12차례 회전, 상승하면서 광원들이 겪을 수 있는 구토나 메스꺼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밤에 구조되는 광원은 바깥의 추위에 대비한 스웨터를, 낮에 구조되는 광원은 햇빛 차단용 선글라스를 각각 착용한 뒤 캡슐에 오를 예정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