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알루미늄 공장에서 화학 슬러지(진흙같이 걸쭉해진 폐기물)를 모아놓은 저수지 댐 일부가 붕괴돼 슬러지가 대량 유출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일 오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서쪽으로 164km 떨어진 어이커 시의 한 알루미늄 공장에 있는 슬러지 저수지 댐이 터져 슬러지가 흘러나와 인근 데베체르를 비롯한 7개 마을의 집과 거리를 뒤덮었다.
헝가리 정부는 5일 오전 어이커 시가 속한 베스프렘 주와 인근 2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날까지 3세 여자아이를 비롯해 4명이 숨졌고 120여 명이 다쳤으며 6명이 실종됐다. 주민 39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110명은 구조됐다.
일레스 졸탄 환경장관은 이날 “지금까지 슬러지 100만 m³가량이 유출돼 40km²의 지역을 뒤덮었고 주민 7000여 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헝가리 역사상 최악의 화학 폐기물 사고이자 환경 재앙”이라고 밝혔다. 슬러지는 베스프렘 주의 마르칼 강까지 도달했고, 최악의 경우 식수공급원인 다뉴브 강까지 오염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슬러지는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를 제련할 때 발생하는 물질로 납 같은 중금속 성분과 부식성 물질, 그리고 약간의 방사능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공장을 소유한 말(MAL)사는 “슬러지는 유럽연합(EU) 기준에 따르면 위험 폐기물이 아니며 여전히 기존 보유량의 96∼98%의 슬러지는 저수지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나자 헝가리 국가재난국(NDU)은 소방관과 경찰 500여 명을 투입해 거리에 물을 뿌려 슬러지를 씻어냈고 마르칼 강에는 강알칼리성인 슬러지를 중화하기 위해 석회 수백 t을 뿌렸다. 헝가리 정부는 이 알루미늄 공장의 조업을 이날 중지시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