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테러 공격 주의보에 유럽 초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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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무슬림 수십명 파키스탄서 훈련

미국이 3일 유럽을 여행하는 자국민에게 알 카에다의 테러 공격 주의보를 내리면서 프랑스와 독일 등 관련국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프랑스는 관광지와 공공장소에 경계를 강화하고 있고, 영국도 보수당 전당대회장에 군경을 동원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 긴장하는 프랑스, 독일

프랑스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주의 조치는 프랑스가 내린 조치와 부합하는 것”이라며 “테러위협은 높아졌으며 적색경계 수준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치안책임자인 브리스 오르트푀 내무장관은 “미국의 조치를 감안하겠다”면서 “프랑스 국민을 지나치게 걱정시키면 안 되지만 현실을 부인해서도 안 되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에펠탑 폭파 1차 협박(9월 14일) 이틀 후인 9월 16일부터 테러 경계령을 두 번째로 높은 적색 단계로 상향해 놓은 상태이다. 따라서 미국의 조치에 따른 당장의 추가 대응은 아직 없다.

하지만 에펠탑과 노트르담 성당, 콩코르드 광장 같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곳과 북역, 동역, 생라자르 역 등 국제선 기차역에서는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평소보다 강화된 경계 활동을 펼쳤다. 프랑스 정부는 순찰 병력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서유럽 최대의 무슬림 거주국 프랑스는 최근 알 카에다에 자국민 5명이 납치된 상태인 데다 새로운 도시 게릴라 테러위협까지 나오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세계 최대 관광국 입장에서 이번 조치가 미국과 유럽의 관광객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독일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당국은 필요한 보안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테러가 임박했다는 구체적 징후는 없다”면서 “현재는 테러 경보 수준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미군에 체포돼 알 카에다의 테러 음모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 아프간 출신 독일인 아흐메드 시디키가 테러 계획의 핵심에 독일인 8명이 연루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황하는 표정이다. 독일 정부는 시디키를 조사하기 위해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현지로 파견했으며 파키스탄 북부 와지리스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8명의 신원과 배후 추적에 전력하고 있다.

영국은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이 “우리는 심각하고 실질적인 테러 위협에 직면해 있고 그럴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BBC방송은 “정보당국은 이번 음모를 근래 알 카에다가 계획한 가장 심각한 테러 모의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이번 음모의 영국인 핵심 연루자 2명 중 한 명은 지난달 미군의 공습 때 사망했다.

○ 미국도 바짝 긴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럽 주요 도시에 대한 테러 공격 가능성과 관련해 1일 밤과 2일 아침 잇달아 외교안보팀과 회의를 여는 등 극도로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3일과 4일 오전에도 수시로 테러 움직임과 관련한 실시간 정보 브리핑을 받았다. 이에 앞서 백악관은 2일 오후 피트 라우스 비서실장 주재로 관련 부처 장관들과 국가안보회의(NSC)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화상회의를 열고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브리핑을 들었다. 니컬러스 섀피로 백악관 부대변인은 “유럽 테러위협에 관한 음모를 처음 알게 됐을 때부터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를 막을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미국인을 최대한 보호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 英 정보기관 “영국인 20명 파키스탄 활동”

파키스탄 정보국(ISI) 관계자는 3일 “파키스탄 서북부 국경지대의 테러 훈련 캠프에서 유럽 시민권자인 무슬림 수십 명이 테러 훈련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외에도 체첸인과 우즈베키스탄인 아랍인 터키인들이 함께 훈련받고 있으며 일부는 공군 조종사 등 고학력자”라고 덧붙였다.

영국 감청기관 국가통신본부(GCHQ)도 영국인 약 20명이 와지리스탄 등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정보 관리는 “파키스탄 국경 지대의 휴대전화를 추적한 결과 영국 내 파키스탄인 거주 밀집지역인 미들랜드 지역과 연락이 닿고 있음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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