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72 여인 美사형제 논란 불붙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21일 03시 00분


“지능 모자라 살인 모의 못해”… 5500여명 집행중지 탄원서

테레사 루이스 씨
테레사 루이스 씨
이번 주 목요일(23일)에 형이 집행되는 한 여성 사형수의 운명에 미국인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사형제 존폐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 사는 테레사 루이스 씨(41·사진)는 2002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편과 의붓아들의 청부살해를 의뢰했다. 루이스 씨의 의뢰를 받은 살해범 중엔 그녀의 애인이 포함돼 있었고 루이스 씨는 이들과 보험금을 나눠 갖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법원은 루이스 씨에게는 사형을, 살해범들에게는 종신형을 각각 선고했다.

판결에 논란이 생긴 것은 루이스 씨의 지능지수(IQ)가 청부살해 범죄를 모의하기에는 너무 낮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부터다. 미국 대법원은 “IQ 70 이하의 정신지체장애인에 대한 사형집행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 루이스 씨의 IQ는 72로 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루이스 씨의 변호인 측은 “루이스 씨가 주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 그녀의 애인이 보험금을 나눠먹기 위해 루이스 씨를 꼬였다”고 주장했다. 또 그녀가 범죄를 깊이 뉘우치고 있는 데다 정작 살해범은 종신형에 그쳤는데 루이스 씨만 사형에 처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그녀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버지니아 주정부에는 “루이스 씨에 대한 사형집행을 중지해 달라”는 내용으로 5500여 명이 서명한 탄원서가 제출된 상태다.

하지만 사형제 옹호론자인 로버트 맥도널 버지니아 주지사는 “의료 전문가 누구도 그녀의 정신능력이 뒤떨어진다고 결론을 내린 바가 없다”며 사형 절차를 예정대로 집행할 뜻을 고수했다. 루이스 씨는 연방대법원에 사건의 재심리를 요청한 상태지만 이 청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3일 사형은 계획대로 집행된다. 그녀는 “종신형으로 감형되길 기도해 왔지만 이제는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였다”며 초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버지니아 주에서 여성에게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1912년 이후 거의 한 세기 만에 처음이다. 또 미국 전체로 봐도 사형제도가 부활한 1976년 이후 사형이 집행된 여성은 11명에 불과하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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