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종료 축제날이 하필 9월 11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9일 03시 00분


“反이슬람에 기름 부을라”

美 무슬림들 안절부절

미국에서는 최근 9·11테러의 현장인 뉴욕 그라운드제로 가까이에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세우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이 논쟁을 지켜보며 심정이 편치만은 않을 미국 내 이슬람교도에게 더한 걱정이 생겼다. 11일 시작된 이슬람교의 라마단(해가 떠서 질 때까지 금식, 금욕하는 한 달)이 끝나는 날이 공교롭게도 9월 11일이기 때문이다.

‘이드 알피트르’라 불리는 라마단 종료일을 맞아 이슬람교도들은 긴 단식을 끝낸 기념으로 길게는 사흘 동안 먹고 마시며 축제처럼 지낸다. 그런데 ‘반(反)이슬람’ 정서가 최고조에 이를 9월 11일에 이슬람교도의 ‘축제’가 겹치면 미국인의 적대감만 커질까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18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증오에 반대하는 미국인’이라는 보수 성향 반이슬람 단체는 이미 이드 알피트르 행사를 “미국인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우려스러운 상황이 예상되자 미국 내 이슬람 조직들은 이드 알피트르 행사가 문제를 일으키는 빌미가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고 있다. 미국 이슬람교도 풀뿌리조직인 ‘북미이슬람서클(ICNA)’은 다음 달 11일로 예정된 가족행사를 취소했다. 9·11 당시 희생된 희생자 및 유족을 기리기 위해서다. 로스앤젤레스의 이슬람 옹호그룹인 ‘무슬림공공위원회(MPAC)’는 이드 알피트르와 9·11이 같은 날이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줄 것을 경찰에 요청했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극단적 단체나 개인의 폭력행위에 대비해 보안에 만전을 기하라고 각지 모스크에 통보했다. 이슬람 봉사단체 대표 하룬 모굴 씨는 “2001년 그날 많은 이슬람교도가 숨졌고, 현장으로 달려가 부상자를 돌보기도 했다는 걸 다른 미국인들이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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