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산불 ‘체르노빌의 악몽’ 되살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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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방사능 오염지역까지 번져” 시인에러 정부 “방사능수치 이상없다” 서둘러 진화

러시아 중서부 지역을 휩쓸고 있는 산불이 예전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했던 지역까지 번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역에 남아 있는 방사능 물질이 대기로 분출돼 다른 곳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방사능 수치는 어느 곳에서나 정상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러시아 산림청은 11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서부 브랸스크의 2.7km²에 이르는 지역에서 28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으며 이곳은 방사능 오염 지역”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및 벨라루스 접경지대에 위치한 브랸스크는 1986년 인근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심각한 피해를 본 곳이며 아직까지 토양이 방사능에 오염돼 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한 관리는 “원전 오염 지역의 지도와 산불이 발생한 지역의 지도를 놓고 비교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데 왜 이 사실을 부인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현지 인테르팍스통신은 전했다. 그동안 러시아 관리들은 방사능 오염 지역의 화재 발생 자체를 부인해 왔다.

러시아 정부는 산림청의 성명이 나온 후 방사능 수치는 이상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러시아 정부의 한 기상담당 관료는 12일 “(대기 흐름 등을) 세밀히 모니터하고 있지만 아직 러시아 어디에서도 산불로 인해 방사능과 관련된 상황이 악화됐다는 보고는 들어오지 않았다”며 “괜히 공황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한편 러시아를 ‘국가재난 상태’로 몰고 갔던 이번 산불 사태는 일단 규모 면에서는 어느 정도 잦아든 상태다. 러시아 비상사태부에 따르면 여전히 수백 건의 산불이 진화되지 않은 채 남아 있지만 10일 이후 중부지방의 산불 면적은 이전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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