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분풀이’ 무차별 총격… 美 9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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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유통회사 흑인 운전사, 사직 요구에 총 난사후 자살

미국 동부 코네티컷의 한 맥주 유통회사에서 3일 오전(현지 시간) 사직을 요구받은 운전사가 무차별 총격을 가해 모두 9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이날 오전 7시경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에서 동쪽으로 16km 정도 떨어진 맨체스터 시에 있는 맥주 유통회사 ‘하트퍼드 디스트리뷰터’ 건물에서 이 회사에 근무하는 오마르 손턴(34)이라는 흑인 운전사가 사직 요구를 받자 이를 거부한 뒤 총격을 가하면서 발생했다.

작년부터 이 회사에 근무해온 손턴은 최근 회사 맥주를 훔친 혐의로 회사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이날 노조대표들과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건물로 들어오던 중이었다고 한 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이 회사의 브렛 홀랜더 마케팅담당 임원은 총격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창고 내부에는 작업 교대 때문에 50∼70여 명의 근로자가 근무 중이었으며 총격은 몇 분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총격 직후 화재가 발생했으나 곧장 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맨체스터 경찰서는 사망자 중에는 용의자인 운전사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그에게 총격을 가하지는 않았다고 밝혀 용의자가 무차별 총격을 가한 뒤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9명의 사망자 외에도 2명의 직원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생존자들은 손턴이 총격을 가할 때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손턴의 여자친구 어머니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손턴이 최근 사내 인종차별 관행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며 “손턴은 화장실 벽에 인종차별을 의미하는 글과 함께 올가미가 그려져 있는 것을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홀랜더 씨는 “손턴은 여러 차례 회사 맥주 제품을 훔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며 “이번 일은 인종차별과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조디 렐 코네티컷 주지사는 총격사건 직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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