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같은 말을 두 번 사지 않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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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차관보 “北, 비핵화 진정성 보여야”
6자회담 재개전 구체적인 행동 변화 요구

“우리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며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얘기했듯이 똑같은 말을 두 번 사지 않을 것이다(북한에 더는 속지 않겠다는 뜻).”

미국 국무부는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북한이 우선 비핵화를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12일(현지 시간) 밝혔다. 천안함 공격을 규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발표 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6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구체적인 반응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미 천명한 대로 “북한의 핵 동결과 궁극적인 핵 폐기 약속 등 ‘이미 값을 치른 말(same horse)’을 다시 사지 않겠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게이츠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이 위기를 촉발하고 나머지 6자회담 국가들은 이에 대한 보상을 해왔지만 이제 똑같은 말을 두 번 사는 것에 지쳤다”고 국방부 간부들에게 말한 바 있다. 단지 6자회담만을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북한이 6자회담 조기 개최를 요구한 데 대한 미국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이 이행해야 하는 구체적인 사항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이웃나라와의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천안함 침몰 같은 도발적 행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북한은 안보나 경제적인 이슈를 놓고 한국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하지만 천안함 사건 경우처럼 북한은 한국의 이해를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과 협상을 진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북한은 단지 협상에 복귀하는 것뿐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협상을 진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노력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구체적으로 “북한의 의무사항은 9·19공동성명 합의 사항의 이행이며 비핵화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그것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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