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개조’ 테헤란 시장, 대권 가도에 카펫 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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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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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포장하고 화장실 설치
잿빛 도시 예술로 치장
아마디네자드 집중견제 속
인기 높아져 야망 무럭무럭

큰 꿈을 품은 젊은 시장이 ‘잿빛 도시’ 테헤란을 바꾸고 있다.

무함마드 바케르 칼리바프(49·사진)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장으로 취임한 것은 2005년. 이후 교통체증과 공해로 뒤덮였던 인구 900만의 도시 테헤란은 조금씩 변했다. 특히 지난해 대통령선거 부정 논란으로 대규모 유혈 시위가 벌어졌던 테헤란 거리에서는 예술의 향취마저 뿜어져 나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전했다.

칼리바프 시장은 움푹 팬 도로를 새로 포장하고 테헤란 사상 처음으로 공중화장실을 설치했으며 유적지를 복원했다. 공원에는 잔디가 새로 깔리고 운동·오락기구가 설치됐다.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거리와 공원이 늘어 갔다. 테헤란 시청에는 불만접수센터를 설치해 시민들의 민원을 수시로 받았다. 테헤란 시민은 큰 성원을 보내고 있다.

살기 좋은 곳으로 변모하는 테헤란은 칼리바프 시장의 대권 야망에 큰 자산이 되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칼리바프 시장은 2005년 대선에 출마해 4위에 그쳤지만 이란 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보수주의자이지만 말보다 행동을 우선하는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항상 웃음 짓는 그에게 온건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물론 개혁주의자들까지 호감을 나타냈다.

그는 공공연히 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급진주의, 특히 대결적 대외정책을 비판한다. 미국과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 때문에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심한 견제를 받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칼리바프 시장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테헤란을 22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장(長)을 중앙정부에서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에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대선 부정시비와 유혈 진압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특히 시위대를 비판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충성심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 대선에 출마하려 했지만 하메네이가 아마드네자드를 지지한다고 하자 접었을 정도다.

37세에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사령관을 지내고 39세에 경찰청장을 하는 등 탄탄대로를 밟아온 40대 기수 칼리바프 시장의 용꿈이 이뤄질지, 이란인의 시선은 다음 대선이 벌어질 2013년으로 향하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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