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풀어야” vs “이젠 줄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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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해법놓고 오바마-메르켈 정면충돌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경기 부양을 지속해야 한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견해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메르켈 총리는 19일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너무 많은 돈이 풀린 만큼 이제는 정부 지출 축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날 “세계가 경제 회복을 위해 취한 단기 조치를 언제 끝내고 지속적인 재정 강화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논의할 것”이라며 “이런 조치는 유럽, 특히 독일 입장에서는 긴급히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G20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정부 지출을 줄여서는 안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세계가 막 들어선 경제 회복의 길에서 벗어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 회복을 위해 온 힘을 다한 만큼 이런 기조가 흔들리거나 동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토론토 정상회의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 회복세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고는 그리스 스페인의 국가 부채에서 비롯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수개월간 지속된 끝에 나온 것이다. 최근엔 유럽 최대 경제 규모의 독일마저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수십억 유로에 이르는 정부 지출 삭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같은 조치는 과도한 것으로 경제 회복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를 낳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한에서 G20 일부 국가의 민간 내수 부진과 과도한 수출 의존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는 명백히 독일을 겨냥한 것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독일의 경우는 과도한 국가 부채에 시달리는 그리스 스페인 등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유럽이 세계경제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우리의 강조점이 옳다고 믿는다”며 “유럽은 G20 회의에서 이 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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