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의 자금을 관리하는 복수의 아시아 은행에 대해 금융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20일 버락 오바마 정권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천안함 폭침사건과 관련한 대북 제재조치의 일환이다.
미국이 제재를 검토하는 은행은 중국계 은행을 포함해 3곳 이상이며, 미국 내에서의 거래 제한을 주축으로 한 금융제재 조치가 예상된다. 통치자금을 비롯해 김정일 정권을 지탱하고 있는 각종 자금 루트를 차단하려는 게 목표다. 이들 은행에 예치된 북한 자금은 2005년 미국의 금융제재를 받았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예치됐던 2500만 달러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들 은행에 복수의 계좌를 개설한 뒤 대량살상무기 거래자금 등을 관리해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금융제재가 발동되면 이들 은행에서 미국 금융기관을 거쳐야 하는 자금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BDA 계좌동결을 능가하는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미국이 천안함 사건의 대응조치로 북한 관련은행에 대한 금융제재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2005년 BDA 제재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위조달러를 찍은 뒤 자금세탁을 하는 곳으로 BDA를 지목하고 이 은행의 북한계좌 동결조치를 취했다. 중국과 BDA 측은 처음엔 반발했으나 미국 정부로부터 ‘불량은행’으로 낙인찍히면 해외 거래처가 삽시간에 빠져나가고 파산위기에 몰리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미국의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BDA 제재는 지금까지 북한 돈줄을 가장 확실하게 죈 조치로 평가받는다. 북한은 BDA 제재 직후 북핵 폐기와 그에 대한 보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9·19공동성명에 도장을 찍었다. 9·19공동성명은 이후 그대로 이행되진 않았지만 당시 북한은 BDA 제재로 절박한 상황에 몰렸다. 당시 외교가에서는 “BDA 제재를 계기로 협상의 칼자루를 쥔 쪽이 북한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는 말이 퍼졌다.
그 무렵 북한은 비교적 호의적이었던 한국 측과의 비공식 접촉을 통해 “제발 BDA 제재만은 풀어 달라. 견디기 힘들다”며 통사정을 했다고 한다. 유엔 등을 통한 각종 정치적 경제적 제재에도 꿋꿋하게 견디던 북한이 마카오에 있는 일개 은행 제재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자 미국도 은행 제재의 효과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는 해외은행에 예치된 북한 자금이 대부분 김정일 통치자금이며, 이 돈줄이 막히면 체제유지에 불가결한 당과 군 간부 컨트롤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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