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왕자’ 웨딩마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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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공주, 운동강사와 열애
왕자교육 통해 왕실 설득 성공
환영인파 500만명 몰려


“내게 ‘왕자님’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스웨덴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공주(32)와 그녀의 운동 강사 다니엘 베스틀링 씨(36)가 19일 스톡홀름 대성당에서 ‘동화 같은’ 결혼식을 올렸다고 스톡홀름 뉴스가 보도했다. 이날은 34년 전인 1976년, 공주의 부모인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이 실비아 왕비와 결혼식을 치른 날. 공주는 부모의 결혼식 당시 사용했던 왕관과 베일을 그대로 쓴 채 등장했다.

결혼식에는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 알베르 모나코 왕자 등 전 세계 왕족을 비롯해 핀란드, 아이슬란드 대통령 등 1200여 명이 참석했다. 스톡홀름 뉴스는 “신랑과 신부가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인근 국가의 황태자와 태자비 등으로 구성된 들러리 10명과 함께 식장에 입장했으며 결혼서약을 맹세하는 순간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

빅토리아 공주 부부는 2002년 한 체육관에서 만나 지난해 2월 약혼했다. 왕실은 시골 우편집배원의 아들이었던 베스틀링 씨와의 결혼을 반대했지만 공주는 왕실 교육관과 홍보회사를 동원해 그를 변신시키며 왕실을 설득했다.

‘세기의 결혼식’답게 행사도 성대하게 치러졌다. 결혼식을 마친 부부가 마차를 타고 거리행진을 한 거리만 7km. 경찰에 따르면 이날 시내에 모인 시민만 500만여 명에 달했다.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여기 모여 있는 게 놀랍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결혼식 관련 행사를 위해 총 6000명의 군인과 2000명의 경찰이 스톡홀름 시내에 배치됐고 군함 22대와 전투기 18대가 동원됐다. 부부가 스톡홀름 궁의 계단에 도착했을 때 300명의 합창단이 축하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일간 데일리 메일은 “스웨덴 국민의 다수가 군주제를 지지하고 있지만 175만 유로(약 25억9700만 원)짜리 호화 결혼식에 부정적인 여론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결혼식에 대한 독점 중계권을 가진 스웨덴 SVT 방송이 결혼식 영상 사용을 제한한 데 항의해 AP 로이터 AFP 등 세계 뉴스통신사들이 결혼식 취재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로이터는 3사를 대표해 스웨덴 왕실에 보낸 서한에서 “왕가 결혼식은 스포츠나 연예 행사와 달리 역사적 중요성이 있는 행사인 만큼 취재보도상의 제한이나 상업적 대가 요구가 있어선 안 된다”며 반발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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