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BP로부터 200억달러 갈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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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보상기금 압박’… 의회서 원색비난 파문

공화 바턴의원 ‘폭탄발언’ 논란일자 ‘갈취 언급’ 사과

“백악관이 BP로부터 200억 달러를 갈취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BP 경영진과의 면담을 통해 200억 달러의 피해보상기금을 조성하겠다는 확답을 받아 낸 지 하루 만에 의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을 비난하는 발언이 나왔다. 논란을 일으킨 주인공은 공화당 소속의 조 바턴 하원의원(텍사스). 그는 석유산업이 주력인 텍사스 주 출신이다.

그는 17일(현지 시간) 열린 의회청문회에서 ‘갈취(shakedown)’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백악관을 비난했다. 심지어 “백악관의 이런 개입에 대해 내가 BP 경영진에 사과한다”고까지 했다. 그는 이날 토니 헤이워드 BP 최고경영자(CEO)가 출석한 청문회에서 “어제 백악관에서 일어난 일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며 “민간 기업이 (백악관으로부터) 금품 갈취를 당한 일은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억 달러를 별도 계정으로 만들어 놓도록 한 것은 비자금이나 마찬가지며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인석에 홀로 앉아 있는 헤이워드 CEO를 향해 “사과한다”면서 “나는 미국 시민이나 민간기업이 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정치적 압력에 떠밀려 갈취 당하는 나라에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 면담에서 BP에 피해보상기금을 만들도록 압박한 것을 정면 비난한 것이다.

바턴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백악관은 즉각 반발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신 나간 소리”라며 “갈취가 아니라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속한 공화당 내에서도 바턴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오하이오)와 에릭 캔터(버지니아), 마이크 펜스 의원(인디애나)은 성명을 내고 “바턴 의원의 오늘 발언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바턴 의원을 만나 “즉시 사과하지 않으면 당신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고 압박했다.

이에 바턴 의원은 “갈취라고 말한 것을 사과한다. BP에 한 사과도 철회하며 이번 사고를 낸 데 대해 모든 금전적 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1984년 하원의원에 선출된 바턴 의원은 1989년 이후 석유산업과 관련된 개인과 단체로부터 144만7880달러를 기부 받아 현역 하원의원 중 석유업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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