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총선 우파 승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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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우파 4개야당 과반 확보… 유럽 좌파정권 퇴조 이어져
그리스 지원 유보 가능성

유럽 각국에서 재정위기의 여파로 좌파 정권 퇴조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12일 슬로바키아 총선에서도 중도우파를 표방한 야당이 승리했다.

슬로바키아 선관위에 따르면 집권 중도 좌파 연정은 전체 150석 중 71석을 얻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로베르토 피초 총리가 이끄는 스메르당(Smer)은 34.8%(62석)를 득표해 제1당을 유지했으나, 연정 파트너인 슬로바크민족당(SNS)이 5.2%를 득표해 9석을 얻는 것에 그친 데다 민주슬로바크운동(HZDS)은 의회 진출 하한선인 5% 득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반면 재정적자 감축, 일자리 창출, 기업 환경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슬로바크민주기독연맹(SDKU) 등 중도우파 4개 야당이 79석을 확보해 반수를 넘어섰다.

제1당을 차지한 피초 총리가 새로운 연정 파트너를 찾는 시도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중도우파 4개 정당이 참여한 연정이 구성될 가능성도 많다. 피초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제1당 스메르의 절대적인 승리”라고 자평하면서도 “만일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중도우파 정부를 존중하면서 강력한 야당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SDKU의 이베타 라디코바 총재는 13일 중도우파 연정 구성을 위한 4개 야당 간의 대화를 시작할 예정이다. 중도우파 연정이 집권에 성공하면 라디코바 총재는 슬로바키아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1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 가입한 슬로바키아의 이번 총선은 유럽 재정위기가 최대 쟁점이었다. 특히 자국보다 잘사는 그리스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유권자들의 반감이 컸다.

야당은 “슬로바키아가 그리스에 지원할 8억 유로는 올해 슬로바키아 재정적자의 21%에 이른다”며 지원을 유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슬로바키아의 재정적자도 유로존 가입 직전인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2.3%에서 지난해 6.8%로 확대됐고, 올해에는 7.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피초 총리는 “사회복지 혜택을 줄이지 않고 강력한 복지국가를 유지하겠다”고 표심을 달랬다. 이에 대해 라디코바 총재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슬로바키아를 그리스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AP통신은 “포퓰리스트 지도자로 불리는 피초 총리의 선거전략이 먹혀들지 않았다”고 평했다.

피초 총리의 집권연정 파트너인 얀 슬로타 SNS 총재는 약 50만 명으로 추정되는 헝가리계 국민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 발언으로 이웃 헝가리와 외교 마찰을 빚어왔다. AFP통신은 “새 연정이 출범할 경우 재정적자 축소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2006년 이후 갈등을 빚어왔던 이웃 헝가리와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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