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임금인상 행진… 외자기업 철수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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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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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행렬도 점점 길어져 “지구촌 저물가 끝날수도”

“‘지구촌 저물가시대’를 마감하는 서막일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중국 내 제조업 공장의 잇단 파업과 임금인상으로 생산비가 크게 올라가면 지구촌 경제에도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9일 광둥(廣東) 성 중산(中山) 시에서 일본 혼다자동차의 자회사 ‘혼다 록’이 파업을 시작하는 등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에서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자기업의 ‘중국 엑소더스’가 뒤따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 파업에 최저임금 인상, 위안화 절상 3중고 가능성


뉴욕타임스는 최근 중국에서 노사 분쟁에 따른 임금 인상과 각 지방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절상으로까지 이어지면 중국의 상대적인 생산비가 크게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비의 증가는 곧바로 휴대전화와 컴퓨터 티셔츠 운동화 등 중국이 수출하는 제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최근 20여 년간 지구촌의 저물가 시대를 뒷받침해온 생산 및 유통, 소비시스템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것.

실제로 최근 잇단 근로자 자살로 임금을 122% 올리겠다고 밝힌 대만계 폭스콘은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의 일부분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8일 사설에서 “세계는 이제 중국의 염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을 선진국도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일부 제품은 중국 근로자 임금이 상품 가격의 1∼5%에 불과해 특허권 등을 보유해 전체 이윤의 30∼50%를 차지해 온 서방 기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중국 내 외자기업 ‘탈중국’ 조짐


9일 혼다 록 공장 파업으로 혼다자동차는 연속 3회의 파업에 휘말리는 등 외자기업 내 근로자들의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 열쇠 등 부품 생산업체인 혼다 록의 파업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던 근로자 몇 명이 전날 경비 사무실에서 구타를 당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혼다자동차는 광둥 성 포산(佛山) 시의 자체 부품공장에서 2주 이상 파업이 계속됐고, 협력업체 포산펑푸자동차부품회사의 근로자 250여 명도 7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7일 장쑤(江蘇) 성 쿤산(昆山)에서도 고무 제품을 생산하는 대만계 KOK인터내셔널에서 근로자 2000여 명이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으로 비교적 높은 임금인상 협상 결과가 나오면서 파업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갑작스러운 생산비 증가에 중국 내 외자기업의 ‘탈중국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홍역을 치른 폭스콘은 8일 중국 생산라인 일부를 대만으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중소기업총회 치광화(齊光華) 회장은 “중국 내 홍콩 기업의 이윤은 이미 매우 낮아 임금인상이 가속화되면 기업 절반가량이 1, 2년 내에 철수하거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원후이(文匯)보가 보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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