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정권 경제성과 부정했다 위기 자초한 헝가리 새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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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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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그리스’ 우려 확산에 “과장된것” 긴급진화

새로 출범한 헝가리 정부와 여당 안에서 재정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정부가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헝가리에서 그리스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버르거 미하이 헝가리 국무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제기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은 과장됐다”며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GDP의 3.8%)는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하이 장관은 4월 총선에서 중도우파 피데스(청년민주동맹)가 승리해 8년 만에 재집권한 뒤 이전 사회당 정부의 재정실태 조사를 맡고 있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도 이날 “헝가리 재정 위기가 너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헝가리 정부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는 최근 헝가리 정부와 여당의 고위 간부들이 재정위기를 우려하는 발언을 하면서 4일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324.06포인트(3.16%)나 급락하는 등 자금시장이 크게 동요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3일에는 코사 레이오스 피데스 부의장이 “헝가리가 그리스(와 같은 재정위기) 상황을 피할 가능성은 아주 적다”고 지적했고, 4일에는 페테르 시여르토 총리실 대변인이 “디폴트를 염려하는 것이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미하이 장관 본인도 지난달 30일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7.5%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5일 기자회견에서도 “(사회당 정부가 작성한) 2010년 예산에는 수많은 심각한 거짓말과 눈속임이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헝가리 정부는 7일경 재정긴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헝가리는 2008년 재정위기를 맞으면서 IMF 등으로부터 총 200억 달러의 차관을 지원받는 약정을 맺었다. 이후 재정적자 규모를 줄여 2006년 GDP 대비 9.3%에 달했던 재정적자 비율이 지난해에는 4.0%로 줄었다. 지난해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도 78.3%로 EU 평균 74%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전 정부가 내놓은 경제지표들을 현 정부가 부정하면서 시장에서 헝가리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며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5일 “헝가리의 재정 상황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3.6%인 그리스와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헝가리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그리스와는 달리 유로존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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