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 ‘정글 여인’ 3년만에 다시 정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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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늑대소녀의 귀환’
세계적 관심 받은 프니엥 씨…사회적응 못하고 끝내 탈출

결국 그는 3년 만에 야생으로 돌아갔다.

18년 동안 밀림에서 짐승처럼 살다 사람들에게 붙잡혔던 캄보디아의 ‘정글 여인’ 로촘 프니엥(29·사진) 씨가 집에서 도망쳐 정글로 사라졌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프니엥 씨는 1989년 8세 때 행방불명됐다가 2007년 다시 발견돼 가족과 함께 지내왔다. 그러나 인간의 생활방식을 힘겨워했던 그는 25일 밤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경찰관인 아버지 살 로우 씨(48)는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놓고 맨몸으로 없어졌다”며 “이웃들이 숲으로 뛰어가는 걸 봤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1월 첫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신(新) 정글북’ ‘늑대소녀의 귀환’이라 불리며 세계적 관심을 모았다. 수도 프놈펜에서 약 325km 떨어진 라타나키리 주 오지마을 오야다오에서 농부의 도시락을 훔쳐 먹다 붙잡혔을 때 그는 짐승과 분간이 어려웠다. AP통신은 “새까만 피부와 무릎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을 지닌 데다 종종 네발로 기어 처음엔 특이한 원숭이로 착각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다행히 아버지가 딸의 어릴 적 흉터와 이목구비를 알아봐 극적으로 가족과 재회했다.

하지만 정글 여인의 사회 적응은 순탄치 않았다. 옷을 입히면 찢어버렸고, 으르렁거리며 짐승처럼 굴었다. 언제나 불안해했고 가족조차 경계했다. 몇 년째 가르쳤지만 말 한 마디 배우질 못했다. 심리학자와 언어학자, 동물학자가 도우려 했지만 허사였다. 지난해엔 신경쇠약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 프니엥 씨 가족들은 “그래도 행동이나마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하는 등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며 “최근엔 농작물 수확 등 집안일을 돕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라진 프니엥 씨를 찾기 위해 지역 경찰과 공무원들이 밀림을 포함해 인근 지역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라타나키리 주의 정글은 주민들조차 길을 찾기 어려울 만큼 깊고 울창하다. 로우 씨는 “로촘이 사라진 건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숲의 영혼(spirit)’ 탓일 것”이라며 “주술사를 동원해서라도 꼭 다시 딸을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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