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 유럽, 아기울음소리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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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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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저하 도미노
獨 작년 3.6% 급락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유럽의 출산율에 빨간불이 켜졌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각국이 육아수당까지 삭감할 예정이어서 출산율 하락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국가통계국은 26일 2009년 영국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70만6248명으로 전년도보다 0.3% 줄었다고 발표했다. 적극적인 육아지원 정책으로 ‘제2의 베이비붐’을 이끌던 영국에서 출산율이 감소한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경제위기라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중산층 부부들이 아이 낳기를 미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국의 육아 네트워크 사이트인 ‘넷맘’이 회원 5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열 명 중 한 명이 불황 때문에 아이 낳기를 포기했으며, 세 명 중 한 명은 경제상황이 나아지기 전까지 출산계획을 미룰 것이라고 응답했다.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 국가(16개국) 전체에서도 인구 1000명당 출산율이 2008년 10.52명에서 지난해 10.42명으로 떨어졌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에서 큰 폭으로 출산율이 감소했지만 상황이 최악인 곳은 독일이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출생한 신생아는 65만1000명으로 전년도보다 3.6%나 급감했다. 1990년 독일 엄마들은 1인당 평균 1.5명의 자녀를 낳았으나 2009년에는 1.38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독일의 출산율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독일은 매년 사망하는 인구가 출생 인구보다 19만 명 많아 앞으로 50년 안에 현재 8700만 명의 인구가 1700만 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독일이 흔들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의 출산율대로라면 수십 년 후 노동인력이 30%나 감소해 독일 경제의 기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유럽발 재정위기 때문에 유럽 각국은 출산보조금 지원도 줄여야 할 판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취임 후 출산하는 부모에게 1년간 부모수당(월급의 67%)을 지급하는 ‘가족 후원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독일 헤센 주 롤란트 코흐 주지사는 긴축정책을 위해 연방정부가 육아지원과 교육 예산을 삭감할 것을 주장해 보수연정 내부에서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됐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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