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인디언에 대한 약탈-정책오류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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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부족 지도자 묘지서 브라운백 의원 결의안 낭독

미국 의회가 아메리칸 원주민인 인디언에 대한 과거의 폭력행위와 잘못된 정책에 대해 20일 공식 사과했다.

공화당의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은 이날 워싱턴에 있는 의회묘지에서 과거 인디언들에 대한 사과 결의안을 낭독했다. 의회묘지는 미국 정부에 대항하다 숨진 인디언 부족 지도자 36명이 묻혀있는 곳이다. 행사에는 체로키, 촉토, 무스코지, 포니, 시스턴 와페턴 오야테족 등 5개 부족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과거 정부가 자행한 약탈행위와 잘못된 정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미국인을 대신해 사과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인디언들이 현재 보호구역 안에서 겪고 있는 빈곤과 폭력, 학대, 무시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 인디언 부족들의 권익향상과 복지증진을 위한 미 정부의 약속도 재확인했다. 브라운백 의원은 2004년부터 이 결의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그 결과 연방 상하원은 지난해 이를 통과시켰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결의안에 서명했다.

현재 미국 인구의 1.5%(450만 명)를 차지하는 원주민들은 평균수명이 일반 미국인보다 4.6년 짧고, 25%가 빈곤층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원주민에게 관심을 보여온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부양책 자금 7870억 달러 가운데 30억 달러를 원주민 부족에 배정했다.

미국 의회의 사과에 대해 차드 스미스 체로키족 수장은 “사과를 하는 것도 어렵지만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며 “많은 인디언 부족들이 정부에 사과를 요구한 적은 없지만 이번 사과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스코지족의 두 번째 수장인 알프레드 베리힐 씨는 이번 사과를 “미국 정부와 원주민 관계에 있어서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행사에 참석한 다섯 개의 인디언 부족 중에서 시스턴 와페턴 오야테족은 사우스다코타 주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나머지 4개 부족은 오클라호마 주 인디언 보호구역에 거주하고 있다. 체로키 인디언들은 원래 조지아, 테네시 주 등 남동부 지역에 거주했지만 1838년 미군들이 이들을 1000마일 밖에 있는 오클라호마 주로 쫓아내 오클로호마 주 보호구역으로 강제로 이주당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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