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요 - 아키노 정면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4일 03시 00분


내달 30일 퇴임 아로요, 대법원장 임명 강행에
아키노 대통령 당선자 “부적절… 아로요 조사”

필리핀 정국이 대법원장 임명 문제를 놓고 다시 소용돌이치고 있다. 10일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상원의원의 승리가 확정적이지만 글로리아 아로요 현 대통령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겠다며 강수를 두고 있다.

아로요 대통령은 17일 퇴임하는 레이나토 푸노 현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자신의 핵심 측근인 레나토 코로나 수석대법관을 12일 임명했다. 전날 아키노 당선자가 2004년 대선 당시 선거부정 의혹과 관련해 “아로요 대통령이 조사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은 13일 전했다. 코로나 임명자는 아로요 대통령이 1998년 부통령을 거쳐 2001년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 그를 보좌한 핵심 참모다.

그러자 아키노 당선자 측이 발끈했다. 아키노 당선자는 13일 성명을 내고 “아로요 대통령은 퇴임하면서 또 다른 짐을 남기고 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떠나는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아키노 당선자가 속한 자유당 대변인 로렌조 타나다 하원의원도 이날 “(아키노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막대한 권력을 이용해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아키노 당선자 측은 이번 총선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아로요 대통령이 퇴임 후 하원의장을 맡아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로 바꾸는 개헌을 주도할까 우려하고 있다.

AFP통신은 다음 달 30일 퇴임하는 아로요 대통령이 대법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퇴임 후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법적인 보호막을 쳐놓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를 위해 아로요 대통령은 올해 3월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자신이 임명한 대법관 15명으로 구성된 대법원으로부터 “퇴임 직전의 대통령이라도 대법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냈다. 아로요 대통령 측은 이번 대법원장 임명은 사법부의 공백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필리핀 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만약 아로요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대법원장 탄핵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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