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네이도도 고개 숙인 위대한 母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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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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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로 자녀 감싸고 죽음으로 맞서

토네이도가 미국 미시시피 주를 덮친 이틀 후인 26일. 야주 카운티 주민인 셰리 카펜터 씨는 건물 잔해 더미에서 손자 레인(6) 이선(3) 오스틴(2)이 살아있는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맏손자 레인 옆에는 며느리 니키 브래드쇼 카펜터(30)가 숨진 채 누워 있었다. CBS방송을 비롯한 지역 언론들은 이날 토네이도 속에서 세 자녀를 구하고 숨진 엄마의 안타까운 모정을 보도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니키 씨는 토네이도가 불기 시작했을 때 이동주택 거실 안에서 아침을 맞았다. 토네이도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니키 씨는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침실로 달려갔다. 매트리스를 꺼내온 그는 아이들을 감쌌고 자신은 매트리스가 움직이지 않도록 그 위에 누웠다. 토네이도는 이동주택이 90여 m 밀려나갈 만큼 강력했다. 야주 카운티를 강타한 토네이도의 속도는 시속 273km, 규모는 반경 2.8km였다. 전형적인 토네이도의 반경이 0.04km인 것에 비하면 강력한 규모다. 결국 아이들은 매트리스와 건물 잔해를 보호막 삼아 살아남았지만 온몸으로 바람을 막아낸 엄마는 살아남지 못했다.

셰리 씨는 “그녀는 대담했고 누군가를 위해 세상에서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촌인 로드니 브래드쇼 씨는 “니키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토네이도 사이렌이 잘 들리지 않아 미리 예방조치를 취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친구인 엘리자베스 타마르 킹 씨에 따르면 니키 씨는 델타주립대를 졸업한 후 야주 카운티에서 우편배달원으로 근무하다 몇 년 전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킹 씨는 “니키는 내년 간호대에 입학할 계획이었다”며 “훌륭한 사람인 그녀는 최선을 다하는 최고의 엄마였다”고 말했다.

세 아이는 헬리콥터로 이송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26일 퇴원했다. 할머니 셰리 씨는 “아이들이 엄마가 죽은 줄 모르고 그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셰리 씨는 현재 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엄마가 죽은 사실을 알게 되면 정신적으로 큰 상처가 남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시시피 재난당국에 따르면 이번 토네이도로 야주 카운티에서만 4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17개 카운티에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다쳤다. 정부는 1000여 채의 주택과 가게가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토네이도는 루이지애나 아칸소 앨라배마 주 등에도 영향을 미쳐 24일 앨라배마 주에서는 피난처로 대피하던 50대 여성이 폭풍에 미끄러져 사망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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